'미생' 장그래·오차장, 한의학으로 본 건강 상태는…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한의원에서 약침 시술을 받고 있는 여성 환자./© News1

케이블채널 티브이엔(tvN)의 드라마 '미생'이 직장인들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극중 직장인들의 적나라한 생활습관과 건강 상태도 눈여겨볼 장면이다.

고된 직장생활과 함께 계속되는 야근과 회식으로 건강을 챙길 틈이 없는 미생 주인공들. 이들의 건강 상태가 궁금해진다. 대한한의사협회 도움으로 미생 주인공들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예방법을 알아본다.

◇눈이 빨간 오상식 차장

늘 눈이 충혈된 오상식 차장. 극중 건강상태가 가장 위험한 인물이다. 만화 원작에서도 항상 충혈된 눈으로 다니는 오 차장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부장에게 건강식품을 받는 모습도 그려졌다.

오 차장은 종합적인 건강검진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다른 원인으로 안과 질환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빨간 눈(눈 충혈)은 자가면역 질환인 쇼그렌증후군 때문에 안구건조증이 생겨 나타난 증상일 수 있다.

단순 눈 충혈은 결막(흰자위)에 염증이 발생한 것으로 안구건조증이나 결막염, 결막하 출혈이 의심된다. 이런 질환이 회복되지 못하고 지속되는 이유는 현대인들의 피곤한 직장 환경이 원인이다.

야근은 눈 휴식을 방해하고 사무실의 과도한 에어컨 사용으로 건조해진 공기는 촉촉한 눈을 건조하게 만들어 염증 발생률을 높인다. 흡연이나 잦은 회식자리에서의 지나친 음주는 염증을 악화시킨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저하시켜 쉽게 감염되고 회복 속도를 늦춘다.

세명대 한의대 김성호 외래교수는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 해소, 적절한 습도 유지가 눈 건강에 꼭 필요한 요소에 해당한다"며 "바쁜 현대 직장인들에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스스로가 피로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건강기능식품을 챙겨 먹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질을 생각하지 않고 건강기능식품을 오·남용하면 오히려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홍삼과 인삼류는 오히려 눈 충혈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섭취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계약직 신분인 소음인 장그래

고졸 검정고시의 초라한 스펙으로 88만원 세대를 대표하고 있는 장그래 신입사원. 종합상사에 낙하산으로 들어간 미운오리로 계약직의 설움을 몸소 느끼고 있다. 극중 장그래는 딱히 아픈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건강 상태가 나빠질 확률이 매우 높다.

원인은 바로 스트레스다. 장그래는 사상체질로 따진다면 소음인에 가깝다. 오상식 차장의 '우리'라는 표현에 큰 의미를 둘 정도로 작은 것 하나하나를 따지는 마음 씀씀이와 호리호리한 체형 등이 바로 소음인의 흔한 특징이다.

소음인인 그가 계약직의 서러움을 겪으며 받는 스트레스는 다른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보다 그 강도가 강할 수밖에 없다. 의리를 지키기 위해 심적으로 더 고뇌하는 상황으로 빠져 자신의 건강을 챙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장그래와 비슷한 유형의 직장인들은 스트레스로 인해 소화불량, 속 쓰림,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소화기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이 계속 발생하면 가까운 한의원이나 한의 병원에 들러 정확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평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법이다.

◇오지랖 넓은 한석율 신입사원

한석율은 넓은 오지랖으로 극중 선후배 고민의 실타래를 풀어주는 위트 만점의 인물이다. 직속 상사와의 갈등을 제외하면 문제 되는 부분도 없고 건강 상태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한석율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한 가지 있는데 바로 틈틈이 마시는 홍삼 건강식품이다. 한석율 캐릭터는 쉽게 흥분하는 다혈질로 한의학에서 보는 사상체질로 분석하면 소양인에 가깝다.

한의원에서 체열 진단기를 통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환자./© News1

평소 쉽게 흥분하는 소양인 체질의 한석율에게 홍삼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 아니라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홍삼은 면역력을 높이는 한약재로 익히 알려져 있지만 한의사의 진단 없이 체질에 맞지 않게 복용하면 혈압 상승, 가슴 두근거림, 불면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소양인인 한석율은 홍삼보다는 구기자를 복용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술자리 마다하지 않는 천관웅 과장

경력직으로 입사해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해 온갖 업무와 술자리를 마다하지 않는 천관웅 과장. 그러다 보니 만성피로와 알코올성 지방간의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다.

실제 천 과장은 드라마에서 나오지 않지만 만화 원작의 경우 더 이상 술을 마시면 건강이 위험하다는 내용이 나온다.

만성피로와 술로 인한 지방간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통과의례다. 특히 지방간은 만성피로로 인해 더욱 심해져 두 질환은 서로 악순환의 고리를 가지고 있다.

가장 좋은 치료법은 휴식과 금주다. 하지만 회식도 업무의 연장으로 생각하는 한국 직장인들이 술을 마시지 않기란 매우 어렵다.

결국 의학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건강식품은 좋은 효과와 체질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전문가 상담 후 복용하는 것이 필수다.

일부 의료인이 건강식품 광고에 출연해 판매하는 제품의 과대광고 역시 주의해야 한다. 휴식과 절주, 건강식품으로도 건강이 좋지 않다면 전문가 진찰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경희대 한의대 장규태 교수는 "직장인들은 항상 긴장하고 쫓기는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며 "직장생활을 하면서 마음을 편히 하고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어렵지만 그럴수록 더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자신이 앓는 증상과 질환 모두 통과의례처럼 느껴져 방치하면 큰 병으로 키울 수 있다"며 "평소 건강을 챙기고 몸에 이상이 느껴지면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가 상담부터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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