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 급락 못버틴 자동차업계, 러시아에 등돌리기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하나둘씩 러시아 시장 비중 축소에 나서고 있다. 루블화 급락 및 경제침체로 수익성과 판매량이 부진에 빠지면서 러시아를 회피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방의 경제제재 및 유가하락 여파에 루블화 가치는 올해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루블화 가치는 달러당 61.42루블 수준을 나타내며 올초 이후 약 40% 급락했다. 지난 16일에는 가파른 변동성을 보이며 장중 가치가 달러당 80루블을 돌파하기도 했다.

루블화 하락에 자동차업체들은 러시아 수출을 축소하고 있다. 수익성을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제네럴모터스(GM)는 러시아 신차 판매 중단을 결정하며 "루블화 가치 변동성을 고려했을 때 사업 리스크 관리를 위해 일시적으로 자동차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독일 폴크스바겐의 자회사 아우디와 재규어 랜드로버도 러시아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경제우려가 점차 심화되면서 올해 러시아 자동차 판매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신차 판매대수는 220만대를 기록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 가까이 줄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러시아 국영기업 로스텍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러시아 자동차 제조업체 아브토바즈의 지분 74.5%를 매입했지만 역시 수요 급감 여파를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초 이후 11월까지 아브토바즈의 자동차 판매량은 작년대비 16% 감소했다.

자동차업체들이 러시아에서 완전한 철수를 감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익 불안감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수요와 루블화 급락에 대한 손실분을 조절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IHS 오토모티브의 팀 어커트 연구원은 "조만간 자동차업체들이 기존 세웠던 러시아 사업전략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볼크스바겐의 경우 2006년에서 2013년까지 러시아 시장에 13억유로를 투자했지만 다음 5년간 투자 규모는 12억유로로 줄였다. 뿐만 아니라 600명에 이르는 계약직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며 내년에도 추가 감원을 실시할 계획이다.

BMW도 올해 여름부터 러시아 대신 더 매력적인 신흥시장으로 사업 비중을 재분배하고 있다. 에버코어 ISI의 아른트 엘링호스트 연구원은 "루블화 가치가 반토막난다는 가정하에 BMW의 4분기 손실 규모는 1억5000만유로로 추산된다"며 "다임러, 폴크스바겐, 르노, 현대자동차 등은 이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