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첫 정당해산…내란음모 형사사건 최종 판단만 남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사진제공=뉴스1

전날 헌법재판소가 통진당 해산 결정을 함에 따라 '내란음모' 혐의를 받는 이석기 전 의원의 형사재판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계류 중인 이 전 의원의 사건은 법무부가 정당해산 심판사건에서 '통진당의 위헌성'을 주장한 중요한 논거였습니다.


헌재의 결정으로 의원직을 잃게 된 이 전 의원의 구속시한이 내년 1월25일인 점을 고려할 때 상고심 판결은 그 이전에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정당해산·내란음모' 출발점 같아…함께 달려온 1년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의 정당해산 심판과 내란음모 형사사건의 출발점은 같습니다.

검찰은 RO(혁명조직)를 총괄운영하며 체제전복 등을 모의한 혐의로 이 전 의원을 지난해 9월 기소했고, 법무부는 같은 해 11월 헌재에 이 전 의원이 소속된 정당을 해산시켜달라고 헌재에 청구했습니다.

그동안 법원은 수차례 변론기일을 진행한 이후 1심은 전 이 의원에 대해 징역 12년에 자격정지 10년을, 2심은 내란선동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내란죄를 실행하기 위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해 징역 9년 및 자격정지 7년으로 감형했습니다.


헌재 역시 지난해 말 사건이 통진당에 대한 사건이 접수된 이후 18차례의 변론기일을 2~3주 간격으로 열었습니다.

헌정 사상 최초로 기록될 이번 사건에는 A4 용지 17만여장에 달하는 기록이 검토되었고, 12명의 증인과 6명의 전문가 및 참고인이 출석했습니다. 그렇게 1년여가 지난 지난달 25일 최종변론 이후, 3주 만에 정당해산 심판 선고가 내려졌는데요.

헌재는 이 전 의원 주도의 지난해 5월 내란 관련 회합이 통진당을 위헌 정당으로 판단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고 판단했습니다.

검찰이 이 전 의원을 'RO'의 총책으로 지목했고, 이 전 의원 세력이 당내 주요세력으로 분류된 점을 고려할 때 정당해산 심판과 형사사건은 닮아 있습니다. 더욱이 항소심에서 RO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고, 헌재 결정문에도 RO의 실체에 대한 언급은 없어서 대법원 판단이 기다려지는데요.

사실 헌재가 예상 외로 대법원보다 한 발 앞서 선고를 강행하면서 대법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형사사건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RO 조직'의 실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헌재의 정당해산 심판 결정이 먼저 나오게 되었기 때문이죠.

이에 헌재는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내란음모에 대한 형사적 평가와 정당해산 심판의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 여부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항소심에서 내란음모는 인정되지 않았어도 헌재는 다른 여러 가지 사정 등을 종합해 통진당이 위헌 정당이라고 보았다는 것입니다. 또 헌재 결정문에 RO 조직의 실체에 대한 언급이 없어, 헌재가 RO 실체를 인정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사회·정치적으로 큰 파장…'종북 소용돌이' 계속될 듯

이번 정당해산 심판 사건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제기된 것으로, 헌법상 허용되는 정당의 활동범위를 확인하는 의미를 지닙니다.

또 그와 동시에 1948년 헌법 제정 이후 처음 '강제해산' 결정을 통해 한 정당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면서 사회·정치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오게 되었는데요. 헌재가 통진당 소속 의원들에 대해 의원직을 박탈하는 결정도 함께 내려 향후 학계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당해산 결정이 선고된 순간부터 보수와 진보 진영 간 극심한 사회적 갈등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보수 시민단체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이석기·김재연 의원 등 소속 국회의원 5명, 당원 전체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이들 주장의 요지는 "통진당은 국가보안법이 정하는 반국가단체"이니, 당원 전체도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검찰이 사건을 배당해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면, 또 한동안 이른바 '종북 소용돌이'가 계속될 듯합니다.

게다가 정부는 해산 결정에 반발하는 진보진영의 집회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검찰은 헌재 선고 직후 경찰 등과 함께 통진당 해산에 따른 긴급 공안대책 협의회를 열고 불법집회를 강력 단속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검찰이 규정한 불법집회에 미신고 집회, 폭력집회 뿐만 아니라 통진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도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향후 통진당 해산과 관련된 집회를 놓고 합법인지 불법인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이는데요. 집시법 조항에서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라고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는 만큼 수사기관의 해석에 따라 얼마든지 판단이 갈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이번 헌재 결정으로 진보 정치권이 입을 타격을 상당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권에 있을 추후 파장은 가늠조차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결국 통진당 해산 결정은 한동안 타오르던 '종북 논란'에 기름을 부어 넣은 격이 되어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