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과도한 업무로 장애아 출산, 산재 인정"

머니투데이

김정주 기자

제주의료원 소속 간호사들이 과중한 업무로 인해 선천적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았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내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이번 판결은 태아의 장애에 산업재해를 적용한 첫 사례로 향후 유사한 소송이 제기될 수 있어 관심이 모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이상덕 판사는 19일 변모씨 등 간호사 4명이 "근무 과정에서 유해성 약물을 흡입하고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 태아가 심장질환을 앓게 됐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신청반려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변씨 등이 제주의료원에서 임신 중에 근무하면서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주야간 교대근무, 임산부와 태아에게 유해한 약물 등 작업환경상 유해요소에 일정기간 노출된 후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는 아이를 출산했다"며 "질병 발병과 업무 사이에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변씨 등에게는 통상적인 직무상 스트레스 외에도 제주의료원 경영위기에서 비롯된 노동강도의 증가, 임금체불, 고용불안정 때문에 특별한 직무상 스트레스가 있었다"며 "불규칙한 근무 시간이 임신기간 중 생체리듬에혼란을 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과정에서 근로복지공단 측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 범위는 근로자 본인에 국한돼 태아는 요양급여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임신 중 모체와 태아는 단일체이므로 임신중 업무에 기인해 태아에게 발생한 건강손상은 산재보험법상 임신한 근로자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봐야한다"며 "출산 전후를 불문하고 이를 치료하기 위한 요양급여를 제한없이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2009년 임신했으나 유산 증후를 겪은 뒤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는 자녀를 출산했다. 이에 따라 2012년 12월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근로자들의 자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에 변씨 등은 "태아에게 장애가 발생했을 때 태아는 모체의 일부였으므로 태아의 질병도 모체의 질병으로 봐야 한다"며 지난해 11월 다시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초진소견서 등 필수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려쳐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