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군사정보협정 우회로 '양해각서', 체결까지 순탄할까

(서울=뉴스1) 조영빈 기자 =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주최로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오바마 대통령 방한과 한미 정상회담에 맞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참석자들은 일본 집단 자위권 행사를 부추기는 미국을 규탄하고 6자 회담의 재개를 촉구했으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반대했다. 2014.4.25/뉴스1 © News1

한·미·일 3국 간 군사 비밀정보를 공유하는 양해각서(MOU)체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각서 양해체결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한미일 간 군사정보공유가 2012년 밀실처리 논란으로 무산된 '한일정보호협정(GSOMIA)'의 이름만 바꾼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여서 정부도 여론 동향을 지켜보며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한미일 3국 정부가 방위 관련 비밀 정보를 공유하는 각서를 체결하기 위해 최종 조율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최종합의가 이뤄진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현재 실무수준에서 논의를 진행중이며, 상당 부분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사실상 양해각서 체결이 상당부분 진전됐음을 시인했다.

한미일 3국 간 군사비밀정보 공유를 위한 양해각서 체결이 추진된 것은 이명박 정부 마지막해인 2012년 한일정보보호협정 논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한일 간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내용을 담은 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며, 공론화 과정없이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이를 통과시켰다. 뒤늦게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정부는 국민 몰래 일본과 군사협정을 체결하려했다는 엄청난 비난 여론에 직면했고 결국 체결 당일 이를 포기해야 했다.

이 논란으로 당시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물러나고, 동북아국장을 비롯한 외교부 직원들도 징계를 받았다.

현 정부로서는 한일정보보호협정과 비슷한 효력을 지니는 우회 수단이 필요했고, 여기에 한미동맹 논리를 활용해 추진한 것이 이번 한·미·일 3국 간 양해각서 체결이다.

한국과 일본이 맺으려 했던 '협정'보다는 낮은 형식이지만, 본래 한일 간 군사정보 공유가 목적이었단 점에서 발생하는 효력은 비슷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추진 중인 양해각서 체결이 한일정보보협정의 '우회로'인 셈이고, 이명박 정부 당시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지금이 이명박 정부 당시 때보다 상황이 더욱 좋지 않은 점이다.

아베 신조 정권들어 일본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도 없이 집단자위권 행사의 길을 여는 등 군사대국화 의지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박근혜 정권은 지난해 말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우경화 행보로 집권 3년째에 들어서는 현 시점까지 양국 정상회담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측의 성의있는 태도를 끌어내겠다는 현 정부의 대일 외교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런 흐름에서 정부가 일본과 군사협정을 맺는 것은 자칫 '말따로 행동따로'식 정책결정으로 비춰질 수 있다.

더욱이 아베 총리는 최근 실시된 총선에서의 압승을 계기로 장기집권의 토대를 마련한 상황이어서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국내 우려는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때문에 정부도 이같은 국내 여론을 감안해 3국 간 양해각서 체결까지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의 한 관계자도 최근 이와관련 "전 정권에서 그런 논란이 있었는데, 지금 상황에서 누가 이 문제를 직접 공론화하고 적극 추진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2012년 당시 가장 큰 비난대상이었던 '밀실처리'에 대한 논란이 이번에도 반복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보인다.

'밀실처리' 논란을 기억하고 있는 정부도 이를 의식해 최근까지 미국 군 당국 간 회의 등을 통해 한미일 3국 간 군사정보 공유 필요성을 꾸준히 언급해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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