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600 미팅 '신촌 솔로대첩'..현장 어땠나 보니

20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에서 새마을미팅프로젝트가 주최하는 '제2회 신촌 산타마을' 행사가 열렸다./ 사진=김사무엘 기자, 배용진 기자

#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에 위치한 어느 음식점. 처음 만나는 듯한 남녀 커플들이 가게 안에 가득 들어찼다. 어색한 미소를 주고받던 남녀는 할 말이 떨어진 듯 대화가 끊기기 일쑤였다. 하지만 테이블 위로 흐르던 어색한 분위기도 잠시, 술과 대화가 오가자 자리는 금세 웃음꽃으로 활짝 피었다.


이날 오후 신촌 명물 거리는 여느 때보다 젊음의 열기로 가득찼다. 소셜 벤처기업 새마을미팅프로젝트(이하 새미프)가 주최한 '제2회 신촌 산타마을', 일명 '신촌 솔로대첩'을 위해 청춘남녀 1200명이 신촌 거리를 가득 메웠기 때문.

'신촌 산타마을'은 새미프가 신촌의 18곳 맛집과 연계해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고 솔로 청춘들에게 만남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기획한 행사다. 20~35세의 싱글 남녀 각 600명이 2:2로 짝을 이뤄 제휴된 음식점에서 함께 식사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신촌 명물 거리의 접수 부스에는 오후 1시 반부터 사전에 참가를 신청한 참가자들이 접수를 위해 기다렸다. 접수 후 초록색 손목밴드를 팔목에 둘러야만 제휴된 음식점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행사 시작 시간인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 동안 음식점에서는 주류와 음식이 무제한 제공됐다.

동성 2인1조로 이뤄진 참가자들은 신촌 연세로를 중심으로 늘어선 제휴 음식점들 중에 마음에 드는 곳에 들러 이성과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다만 첫 방문 맛집은 연령대를 고려해 운영본부에서 지정했다. 커플 매칭은 각 음식점에 배치된 운영요원에 의해 결정됐다. 선착순에 따라 커플이 없는 빈 자리에 앉히는 방식.

/사진=김사무엘 기자

이날 행사에 참가한 참가자들의 연령대는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까지 다양했다. 그 중에 특히 20대 초중반의 대학생이 많았다.

자신을 솔로 4년차라 밝힌 대학생 A씨(23·여)는 "일대일로 만나는 소개팅보다 부담 없다"며 "소개팅이나 미팅에서는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많은 사람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장점"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B씨(21·여)는 "만약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좋다"며 "만약 맘에 드는 이성을 만나 잘 되면 일석이조"라고 덧붙였다.

반면 진중한 만남을 원하는 참가자들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20대 후반의 직장인 C씨(28·여)는 "진지한 만남을 원해 참가했지만 생각보다 남성 참가자들의 나이가 어려 아쉬웠다"며 "나이대에 따라 참가자들을 적절히 매치해 줬다면 좋았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는 음식점에서 이성을 만나는 것 외에도 러브커넥트, 산타프리허그 챌린지, 소셜 앱 경품 증정 등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됐다. 몇몇 음식점은 행사 종료 시간인 오후 5시가 채 되기도 전에 오후 3~4시쯤부터 준비된 음식이 동이 나기도 했다.

남성 참가자 D씨(30)는 "지난 2012년 여의도 솔로대첩과는 달리 이번 행사는 남녀 성비가 맞아 좋았다"며 "3명 정도 전화번호를 드렸는데 좋은 인연이 있다면 만남을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손승우 새미프 대표는 "이번 행사는 언론과 대중들의 관심 속에서 1200명이라는 새미프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며 "성황리에 이루어진 이벤트가 무사히 잘 마무리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손 대표는 "참가자들의 연령대가 2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까지 다양해 나이대에 맞는 커플을 매치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추후 대회에서는 이 점을 보완해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역 음식점과 제휴해 이성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새마을미팅프로젝트는 이미 일본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마치콘(街コン, 거리미팅)'을 표방해 만들어졌다. 지난 2013년 4월 서현 로데오거리에서 처음 시작된 새미프는 홍대, 안양, 압구정, 신촌, 대학로 등에서 총 13차례의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약 5300여명의 참가자가 참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