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수입' 고려…中 업체는 배제

지난 5월 2일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정차해 있던 전동차를 뒤따르던 전동차가 들이 받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일 오전 양천구 신정동 서울메트로 신정차량기지에서 정비사들이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가 2호선 전동차 200량을 국제입찰을 통해 구매키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따라 그간 서울메트로가 주로 전동차를 구매해왔던 국내업체 현대로템 외에 국외 업체 다수도 입찰에 참여해 가격·품질 경쟁을 벌이게 됐다. 이는 서울메트로가 국내·외 철도차량 제작사 간 경쟁을 유도해 가격은 낮추고 품질은 보다 나은 전동차를 수입하기 위함이다.


다만 서울메트로는 수입 전동차 도입 시 국내 철도산업이 보호받기 어렵다며 그간 논란이 됐던 지적을 감안해 국제입찰 자격을 GPA가입국으로 제한했다. GPA는 'WTO 정부조달 협정'을 뜻하며 여기 가입한 국가들은 주요 정부 발주 공사입찰에 동등한 조건을 부여하게 돼 있다. 현재 GPA가입국은 EU 회원국 27개국, 한국·캐나다·핀란드·홍콩·일본·노르웨이·스위스·미국·싱가포르·이스라엘·리히테슈타인·아이슬란드·아르메니아 등 43개국이다.

서울메트로의 이 같은 결정은 GPA가입국이 아닌 중국의 참여 제한을 고려한 것이다. 그간 철도시장이 개방돼 있지 않은 중국에 일방적으로 입찰을 허용하는 것에 대해 정당치 않으며 자국 산업이 보호 받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져왔다.

하지만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서울메트로는 중국 전동차의 가격 경쟁력에 이끌려 중국 최대 업체인 CNR과 CSR을 직접 탐방하는 등 중국 업체를 참여시킬 것으로 내비쳐왔다. 중국 전동차의 1량 당 가격은 국내 업체인 현대로템 (41,150원 ▲250 +0.61%)에 비해 1억원 이상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메트로는 국내 철도산업 보호를 고려해 입찰 업체 전동차에 속한 부품 국산화율을 30% 이상으로 지정했다. 수입 전동차를 쓰더라도 국내 부품업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서울메트로는 입찰참여 대상을 GPA 가입국으로 제한하더라도 국내·외 철도차량 제작사 간의 경쟁입찰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총 2700여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사업은 이달 중 조달청을 통해 국제입찰로 공고될 예정이다. 이르면 내년 3월 낙찰업체가 결정될 전망이다. 전동차는 오는 2017년 100량, 2018년 100량이 분할 납품돼 시운전을 거쳐 2호선에서 운행될 예정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이번에 도입되는 전동차는 철도 선진국인 유럽국가 수준의 안전·편의 설비를 갖추도록 제작될 예정"이라며 "특히 공기정화장치 등 친환경 설비가 다수 설치돼 시민들에게 보다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