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시장 도전 나선 韓 스타트업 "현지창업, 정책 사각지대"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지난 19일 중국 베이징 중관촌 창고카페에서 현지 창업에 나선 스타트업 대표들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미래부.

"중국에서 창업한 지 4년 됐지만 중국 현지 정부의 창업지원 정책 덕을 본 것은 전무하다. 여전히 우리는 외국인에 불과하다. 법제도적으로 제한되는 것만이라도 (외교적으로) 도와주면 좋겠다."


중국 현지에서 모바일 앱 개발 사업으로 창업한 신동현 덱스트리 대표의 말이다. 19일 오후 베이징 중관촌(中關村) 창업거리의 한 창업카페에서 열린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의 ‘차고(車庫) 도시락 간담회’에서 이같은 아쉬움을 표혔다.

이날 간담회는 중국 시장에 도전한 한국인 창업자(스타트업)와 예비 창업자, 투자자들이 모여 최 장관에게 현지 활동 및 경험과 함께 애로사항과 정책지원 등을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중국이 세계 최대의 소비사장으로 부상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아예 현지 창업하는 국내 젊은 창업가들이 속속 늘고 있다.

그러나 어려움도 적지 않다. 처음부터 시장을 노리고 현지 창업한 스타트업들은 한중 양국 모두의 지원정책에서 외면을 받는다는 게 가장 큰 아쉬움이다.


무역회사인 AIO&CO를 운영하는 심새나 대표는 “정부 지원의 대부분이 한국에서 중국으로 파견 나온 회사에게 쏠리는 반면, 현지 창업한 경우는 그 혜택을 못 받는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앞으로 중국 현지 창업자가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이들도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현지 창업 전 제대로 된 시장 파악과 협력사 물색이 동반돼야한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테크리트 안승혜 대표는 "창업 전 실전 체험을 3년 정도 하지 않으면 낭패를 본다"며 "중국 진출한 대기업은 (생각이) 정말 바뀌기 쉽지 않고 작은 기업들은 경험 자체를 못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회사는 중국 최대 B2C 사이트인 타오바오에서 한국물건 구매대행 서비스를 맡고 있다.

방송콘텐츠 제작사인 플러원 정혜미 대표는 "(방송이)신규 개척분야여서 기존 성공모델에 대한 벤치마킹을 할 수 없다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롤 모델 자체가 없어 시장 개척과 시스템 구축에 한계가 있다는 하소연이다.

이 날 자리에 배석한 오병운 SnO 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문제는) 적절한 파트너를 찾기는다는 게 너무 어렵다”면서 커넥팅(연결) 플랫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아직 불확실성이 높은데 커넥팅 플랫폼의 발굴에 주력하는 게 스타트업이 안착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젊은 창업가들은 중국이 여전히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기회의 땅이라는 인식에는 크게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신동현 덱스트리 대표는 “좋은 창업 아이디어가 있으면 도전하기 좋다. 기술 붐이 일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창업하려는 후배들에게 더 좋은 환경이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최 장관은 "중국 시스템을 잘 이용해야 중국 사람과 자본이 들어오고 현지 생태계에도 (우리 기업이) 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 시장에 뿌리를 내려 도전하는 건 대단한 용기이지만 가장 올바른 접근방식"이라며 "외국인이라는 한계를 파트너십을 구해 해결해야 하는데, 한국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방안을 구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