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그룹, '건설리스크' 털고 '성장엑셀' 밟는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사진제공=한라그룹

한라그룹이 한라홀딩스를 정점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 지었다. 지주사 전환에 따라 부동산 시장 침체로 고전했던 건설 계열사(㈜한라)에 대한 지원 리스크도 털어냈다. 그룹 지배력을 확대한 정몽원 회장은 주력인 자동차 부품사업과 함께 새 성장동력인 신사업 구상에 본격 나설 전망이다.

21일 한라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모범적인 그룹 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한 지주사 전환 작업의 성공적 마무리에 만전을 기해 달라"며 "제2의 도약을 이끌 글로벌 사업에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의 이런 주문은 지난 9월 지주사인 한라홀딩스 출범 이후 기존의 '한라→만도→한라마이스터→한라'로 이어지던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한라홀딩스를 축으로 한 수직형 지배구조를 완성한 데 따른 것이다.

한라홀딩스 (33,350원 ▲50 +0.15%)는 지난 19일 만도 (33,350원 ▲50 +0.15%) 보통주를 현물 출자받아 신주를 발행하는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마무리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유증은 한라홀딩스의 만도 지분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려 지주사 전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목적에서 진행됐다.

만도 주주들로부터 보통주를 공개매수(주당 19만4500원)한 후 한라홀딩스 신주를 나눠주는 스왑(교환) 방식이다. 지난 달 24일부터 지난 15일까지 공개매수를 진행한 결과 87만6719주 규모의 만도 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해 한라홀딩스 주식을 1주당 2.5주씩 배정받았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도 예상대로 보유 중이던 만도 지분(7.71%) 전량을 출자해 한라홀딩스 지분율(7.71%)을 22.91%까지 끌어올렸다. 한라홀딩스의 만도 지분율도 18.40%에서 27.74%로 높아졌다. 지주사 전환 요건 충족과 함께 '정 회장(22.91%)→한라홀딩스(27.74%)→만도'로 이어지는 수직형 지배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한라그룹은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끊기 위해 ㈜한라의 한라홀딩스 보유지분(7.98%)도 시장 매각 등의 방식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보면서 매각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며 "지주사 출범(지난 9월) 이후 2년 내에 매각하면 된다"고 했다. 시장에선 한라그룹이 범현대가나 우호적인 재무투자자에 지분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에선 지주사 체제 전환을 계기로 한라그룹이 '책임·투명경영'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특히 순환출자 해소로 수년 간 그룹 지배구조 리스크로 작용해 왔던 만도의 ㈜한라 지원 우려도 완전히 걷어 낸 것으로 평가된다.

정 회장도 안정적인 지배구조 속에서 한 때 재계 12위까지 올랐던 그룹의 옛 영광을 재현할 동력을 얻었다. 한라그룹은 글로벌 사업 확대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자동차부품사업(만도)과 건설(㈜한라), 물류(한라마이스터) 등 3대 핵심사업을 갖추고 있다.

만도는 공격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로 올해 해외 수주액이 1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지난 해(7조3000억 원)보다 3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부동산 침체로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한라의 재무구조도 개선되고 있다.

인천과 경기 일대의 아파트 미분양이 빠르게 해소되고 해외 수주가 늘면서 올해 흑자로 전환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정 회장이 지난 해 6월 이후 처음으로 ㈜한라 주식 1만6500주를 지난 19일 추가 매입한 것으로 이런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새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정 회장의 신사업 모색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라그룹의 옛 계열사인 한라비스테온공조가 최근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에 공동 인수되면서 당분간 재인수 여지는 사라졌다"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새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한 인수합병(M&A) 등 신사업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