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보험대리점에 '속수무책' 당한 보험사들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부산지역 보험대리점(GA) 대표가 작성계약(고객 몰래 동의 없이 맺은 보험계약)으로 거액의 수수료를 챙겼다가 금감원에 적발됐다. 이 GA에 모집수당을 지급했던 5개 보험사는 뒤늦게 수수료 환수에 나섰지만 일부는 전액 돌려받지 못해 피해를 입었다.

업계에서는 설계사 모집이력 시스템, 자본요건 신설 도입으로 GA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0월 말~11월 초 부산 소재 A보험대리점에 대해 검사를 진행했다. A보험대리점은 생명보험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중소형 GA로 대형 생보사를 비롯해 다수 보험사와 계약을 맺었다.

이 GA 소속 설계사가 10억원 규모의 수수료를 챙긴 뒤 '먹튀'를 한 게 사건의 발단이다. 월 매출(월납초회보험료)기준으로 10억원이 넘는 GA는 국내에서 1~2개 밖에 되지 않는다.

한 GA 관계자는 "먹튀 규모가 이렇게 큰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중소형 GA는 폐업까지 각오해야 할 정도로 타격이 크다"고 전했다.

A보험대리점 대표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대규모 작성계약에 나섰다. 작성계약이란 고객의 동의 없이 고객정보를 이용해 맺은 보험계약을 뜻한다. 하지만 무리한 작성계약은 결국 금감원에 덜미가 잡혔다.

작성계약으로 피해를 입은 5개 보험사들은 뒤늦게 수수료 환수에 돌입했다. 중소형 생보사인 B사의 피해가 컸고, 다른 생보사 중 일부는 수수료를 전액 환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B사 관계자는 "작성계약이 무리하게 들어온 걸 감지하고 감독원 검사 이전에 수수료 중 일부는 환수했다"면서 "2억원 상당의 수수료는 보증보험을 통해 해결했다"고 말했다.

부산지역은 최근 대형 보험사 설계사들이 GA로 대거 이탈하면서 보험대리점이 급성장했다. 이 가운데 부산을 중심으로 'GA 사고'가 연달아 터지자 보험업계는 바짝 긴장했다. 진입문턱이 없는 GA에 대해 자본금 요건을 신설하고, GA 소속 설계사에 대한 모집이력 시스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모집이력 시스템이 도입되면 GA 설계사의 보증보험 가입(청구) 유무, 품질보증·민원해지 건수, 수당환수 유무를 알 수 있게 된다"며 "다만 금융위나 생·손보협회 등이 내린 제재 이력은 알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