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저축銀 '부실채권 투자' 집중···서민금융은 뒷전?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김상희 기자

일본계 저축은행들이 부실채권(NPL)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 찾기의 일환이지만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이 '서민금융'이라는 본연의 업무보다 수익성 추구에만 집중한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본계 저축은행인 SBI저축은행, OSB저축은행(옛 오릭스저축은행) 등 2곳은 올해 국내 부실채권 시장(5조5000억원 규모)에서 약 1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부실채권 투자 전문회사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 대신F&I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점유율이다. 유암코와 대신F&I가 올해 각각 약 40%와 30%의 점유율을 기록한 가운데 나머지 투자자들 가운데 절반을 이들 저축은행이 가져간 것이다.

부실채권은 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이 이뤄지지 않아 회수가 불확실한 대출 채권을 말한다.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부실채권을 보통 대출금액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팔거나 회계상 손실로 처리한다. 부실채권 투자사들은 부실채권을 사와 채권 담보 처분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린다.

업계에서는 일본계 저축은행들이 일본에서부터 축적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 국내 NPL 시장에서도 쉽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국내 저축은행들도 NPL 투자에 나섰지만 입찰가격 등이 맞지 않아 결국 낙찰은 일본계 저축은행들이 받았다.

일본계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투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일각에서는 '돈벌이'에만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저금리 기조 장기화, 금융당국·언론 등을 통한 고금리 대출 비판 등으로 영업환경이 좋지 않자, 대안으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부실채권 쪽으로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이 과도하게 부실채권에만 투자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 이들 저축은행의 전체 업무를 살펴봤을 때, 아직까지는 부실채권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BI저축은행은 일본계에 인수되기 전인 옛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시절도 부실채권 관련 팀이 있었다"며 "저축은행들도 무조건적으로 부실채권 투자 비중을 높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