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펀드, 정부가 손실 우선책임"…민간참여 활성화

정부가 민·관 공동으로 조성하는 '청년창업펀드'의 활성화를 위해 운용 손실분을 정부 재정이 우선적으로 떠안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워낙 초기기업에 투자하는 탓에 리스크가 커 민간의 적극적 참여가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정부는 22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15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청년창업펀드의 'GAP(갭)펀드 방식'을 도입, 1000억원 규모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갭펀드란 민간의 투자 수익이 비용보다 작으면 그 차이(갭)를 보전해주는 공공 펀드다. 정부는 청년 창업가 육성을 위한 펀드의 공공적 성격을 고려해 정부 재정투자분의 우선손실충당과 민간의 우선 수익배분 조항을 넣기로 했다.

내년 갭펀드 방식의 청년창업펀드 1000억원 중 정부가 70%인 700억원을 투자하고 민간에서 30%(300억원)를 조달한다. 내년 상반기 내에 청년창업펀드 운용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 투자는 손실 위험이 높아 민간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엔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며 "정부 재정투자 분이 손실을 우선적으로 메워주는 구조이므로 민간 참여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기청에 따르면 청년창업펀드는 2012년 첫 조성된 후 다음카카오와 한글과컴퓨터 등이 펀드 조성에 참여해 현재까지 총 15개 펀드, 2918억원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청년창업펀드는 대표이사가 만 39세 이하이거나 만 29세 이하 임직원 비중이 50% 이상인 '청년'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삼는다.


지난 16일 정부의 모태펀드와 SK그룹, 장병규씨(현 본엔젤스 대표)가 공동으로 조성키로 한 300억원 규모의 'SK 청년창조경제펀드'도 청년창업펀드 중 하나다. SK그룹은 청년 창업가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SKT, SK 하이닉스, SKC, SK이노베이션 등 그룹사별 역량과 인프라를 통해 판로개척 등을 지원하고 네오위즈 창업 성공과 엔써즈의 KT 매각, 틱톡의 SK플래닛 매각 등 창업과 투자, M&A(인수·합병)까지 성공 신화를 쓴 장병규씨가 펀드 투자자인 동시에 후배기업의 자문 역할에 참여하는 구조다.

청년창업펀드는 엔젤투자자 기능에다 대기업이나 '선배' 기업의 후원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면에서 벤처창업 정책에 주요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벤처캐피탈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벤처캐피탈과 공동 조성하는 '한국형 요즈마펀드'에도 정부 투자금의 우선손실충당 옵션을 넣는 대신 초기기업의 의무 투자 비중을 높인다"며 "스타트업 투자에 집중하는 청년창업펀드도 형평성 차원에서 갭펀드 방식을 적용하면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크라우드펀딩 활성화를 위한 법령 정비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자금을 인터넷이나 중개자를 통해 모으는 크라우드펀딩은 기존 금융권으로부터 자금 조달이 어려운 벤처기업이나 창업초기 기업의 새로운 자금줄로 떠오르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법제화는 국회에서 1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정부는 조속한 법 통과를 요구하는 동시에 크라우드펀딩 제도 시행에 대비한 TF(태스크포스)를 구성, 중앙기록관리기관 지정, 중개업자 등록 등 후속조치를 사전 준비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