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효과' 증시규모 사상최대…문제점 없나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김도윤 기자

국내 증시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증시는 부진했지만 수십조 원의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삼성SDS, 제일모직 등의 굵직한 기업들이 기업공개(IPO)에 나서면서 시총 규모가 사상 최대치로 불어났다. IPO시장 활성화로 상장종목 수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시총(코스피·코스닥·코넥스 합계)은 1342조6530억원으로, 통합거래소가 출범한 2005년 이후 최대 규모다.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 각각의 시총도 1200조원, 140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다.

상장종목 수도 사상 최대수준이다. 우선주와 기업인수목적회사(이하 스팩)를 포함한 상장종목 수는 2019개로, 지난해말 대비 42개 증가했다. 올해 남은 기간 내 상장할 종목(스팩 포함) 15개를 포함하면 올해 기준 상장종목 수는 2044개로 늘어난다.

시총을 비롯해 종목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데에는 국내 증시 부진속에서도 IPO시장이 활기를 띈 결과다. 거래소는 상장 활성화를 위해 코스닥시장본부 내에 상장유치부라는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기업들의 상장 활동을 독려했다.

올 한 해 코스피·코스닥시장에 총 73곳(상장 예정 기업 포함)이 상장하면서 지난해 1조3000억원에 불과했던 공모자금은 일년새 3배 이상 늘어난 4조6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0년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제일모직과 삼성SDS 등과 같은 굵직한 기업들이 대거 몰리면서 시총 파이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삼성SDS(삼성에스디에스 (151,100원 ▼400 -0.26%))와 제일모직 (150,100원 ▼300 -0.20%) 두 종목의 시총 합은 40조원대로, 시총 2위 종목인 현대차(37조원대)보다 많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시총 7조원 규모의 다음카카오가 재입성하면서 다소간 침체된 시장의 분위기를 띄웠다는 평가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SDS, 제일모직 등 대어급 종목이 시장에 들어오면서 다른 종목의 주가가 오르지 않아도 시총 규모가 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 부진속에 삼성SDS와 제일모직 상장을 반겨야하지만 시장왜곡과 쏠림현상 등 문제점은 우려했다.

먼저 국내 증시 전체에서 삼성그룹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왜곡현상이 나타나고 이는 수급에도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상장하면서 22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그룹주의 전체 시가총액은 330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증시에서 삼성그룹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27.3%까지 상승했다.

나아가 전체 증시에서 한 그룹사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해질 경우 시장 교란 현상이 나타나며 기관투자가의 안정적인 간접투자시장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밖에 일부 기업이 증시 전체를 대변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정부 경제정책도 이들 기업에 유리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시장 지수는 해당 증시 전체기업의 펀더멘탈이나 이익 규모를 종합적으로 반영한다는 의미가 있는데 지금처럼 삼성 비중이 30%에 육박할 정도가 되면 한 그룹이나 기업이 전체 지수를 좌지우지하게 된다"며 "시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글로벌 주요지수에 포함되고 국내에서도 내년이면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큰 만큼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들이 삼성그룹주 외에는 살 만한 종목이 줄어들게 된다"며 "오히려 다른 종목에 대한 매매 요인이 적어져 국내 증시 전체적으로 종목 확산성이 제한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삼성그룹 지배구조 이슈와 맞물려 높은 가치평가를 받고 있는 점은 국내 증시 전체 ROE(자기자본대비이익률)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선진국 증시의 경우 꾸준히 ROE 13%대를 유지하는 반면 국내 증시는 최근 10%를 밑돌 정도로 자본대비 이익률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유독 국내 증시 ROE 하락률이 높은 이유는 주요 기업이 지배구조 등 영향으로 배당을 많이 하지 않거나 자사주 매입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시장가치 대비 이익 증가가 수반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국내 증시 ROE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