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자금조달 위축...회사채 시장도 '발목'

기업들의 설비투자 목적 외부 자금조달이 내년까지 5년 연속 감소할 전망이다. 기업들이 내년 경기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취하면서 외부 자금에 의한 투자에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부자금 조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회사채 시장도 위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한국정책금융공사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의 내년 설비투자 목적 외부자금 조달은 총 42조535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에 비해 0.3% 줄어든 것이다. 이 조사 결과가 현실화되면 기업들의 설비투자 목적 외부자금 조달은 2010년 이래 5년째 감소세를 지속하게 된다.


기업들의 전체 설비투자 규모는 2011년부터 올해까지 증감율 1% 미만 수준에서 답보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내부자금을 활용한 설비투자는 2010년 이래 지속적으로 금액 및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2010년 58.8%였던 설비투자 내부자금 활용 비중은 올해 67% 수준으로 늘어났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기업들이 그만큼 외부 자금 조달에 조심스럽다는 의미다. 시장 관계자들은 기업들이 향후 경기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면서 투자에 대해서도 보수적이고 투자를 한다 해도 부채를 늘리지 않고 보유자금을 활용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정책금융공사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리먼 사태 이후 2010년부터 기업들이 외부 차입 대신 보유 현금으로 설비투자를 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향후 경기 인식이 부정적인 만큼 내년에도 외부자금 조달 계획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28개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 경영기조를 조사한 결과 대기업의 51.4%가 ‘긴축경영’으로 보수적인 계획을 밝혔다. 이는 지난해보다 11.8%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 또 현재 경기상황에 대해 '장기형 불황'으로 평가한 기업이 66.7%로 지난해 대비 23.2%포인트 늘어났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둔화에 따라 회사채 시장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까지 4년간 설비투자 목적의 회사채 발행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차환물량을 제외한 회사채 순발행규모도 지난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마땅히 투자처가 없는 대기업들의 경우 보유 현금으로 회사채를 상환하고 중소·중견기업들의 경우 투자자들의 안전 선호도 때문에 발행조차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기업들이 설비투자 목적의 자금 조달에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회사채시장 활성화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