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 누수에 환경 파괴… 총체적 부실"(상보)

국무총리실 소속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 배덕효 공동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4대강사업 조사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위원회는 4대강 사업 조사결과 16개 다기능 보 가운데 누수 가능성이 있는 9개 보를 수중조사 한 결과 6개 보의 하류측 물받이공에서 누수 현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허경 기자

이명박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이 졸속으로 진행되면서 보 누수와 환경 파괴 등 '총체적 부실'을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 누수 현상과 환경파괴는 없다던 지난 정부의 주장이 모두 허구로 밝혀지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국무총리실 소속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는 23일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이같은 내용의 4대강사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13명의 민간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지난해 9월6일 출범, 조사를 벌여왔다.


위원회는 4대강사업 마스터 플랜을 비롯해 감사원 감사 결과와 수자원·수환경·농업·문화관광 등 4개 분야, 16개 세부과제를 선정해 수중조사 20여회 등 총 240회 현장조사를 벌였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16개 다기능 보 가운데 누수 가능성이 있는 9개 보 가운데 구미보·달성보·합천창녕보·창녕함안보·공주보·백제보 등 6개보의 하류측 물받이공에서 누수 현상을 발견했다. 침투 경로는 보 상류의 물이 기초지반을 거쳐 나오는 것으로 추정됐다.

보 구조물에서도 균열과 누수가 발견됐다. 균열은 콘크리트 타설과 건조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열과 불량 다짐작업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누수현상은 대부분 수직·수평시공 이음부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낙동강 유역에서 발생한 녹조현상 현장./사진제공=뉴스1

일부 보는 기초형식이 설계와 다르게 시공되기도 했다. 위원회는 하지만 땅 밑으로 물길이 뚫리고 물구멍이 점차 커지는 파이핑 현상과 토사유실이 없다면 보 기초 안전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달성보와 합천창녕보의 경우 홍수 발생시 주변 제방이 붕괴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위원회는 "대부분 보 주변 지역에 문제가 없었지만 달성보 등은 제방 안정성 확보를 위한 조사와 제방차수, 보강 등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16개 보 구조물은 기준 하중을 고려해 적절하게 설계되고 설계에서 제시된 안전율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향후 유지관리가 부실할 경우 내구수명이 저하될 수 있다며 손상상태 파악과 보수조치 후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자원 확보(이수)도 부실 준설로 계획 수량(13억㎥)에 미달하는 11억7000만㎥에 그쳤다. 준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다 일부에서는 준설토를 둔치에 쌓아두는 바람에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심지어 엉뚱한 지역에 보를 설치함에 따라 정작 가뭄이 발생하면 용수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에는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오염도 사실로 확인됐다. 한강과 낙동강, 금강에서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과 식물 플랑크톤이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낙동강에서 발생한 녹조현상, 일명 '녹조라떼'는 물을 가두는 바람에 벌어졌다는 환경단체 주장을 그대로 인용했다. 위원회는 강수량이 적고 물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데다 높은 기온과 일사량이 증가하면서 녹조현상이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생태공원과 생태하천도 당초 종합계획대로 추진하지 않고 생태계 복원은 고려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생태공원의 경우 일부 습지생태계에 맞지 않는 식물을 심기까지 했다. 생태하천의 경우도 물을 가두는 바람에 강의 생태계가 호수나 늪지, 습지에서나 벌어지는 호소(湖沼) 생태계로 변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4대강 사업에서 드러난 부실시공과 환경파괴가 충분한 공학적 검토나 의견 수렴 없이 제한된 시간이 서둘러 사업을 추진한대다 국내 하천관리 기술의 한계가 더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누수가 발생한 보는 조속히 보수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수질·생태 변화는 장기간 조사평가가 필요하다"며 "지역별 수자원 소요량과 수질을 정밀 분석하고 송수관로를 확보한 뒤 적정수위를 운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