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힘잃은 제일모직, SDS전철 밟나

'유동성 블랙홀'로 불리울 정도로 시중자금을 왕성하게 끌어들였던 제일모직 (150,400원 ▲3,000 +2.04%)이 상장 나흘만에 상승탄력이 크게 줄었다. 한 때 시가총액 순위 4위까지 치솟았다가 10위권 밖으로 밀린 삼성에스디에스 (152,000원 ▲1,100 +0.73%)(이하 삼성SDS)의 전철을 밟을지가 우려된다.

23일 오전 10시40분 현재 제일모직은 전일 종가와 같은 13만4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8일 상장 첫 날 6.6% 오르며 공모가(5만3000원) 대비 113% 오른 제일모직은 이튿날 상한가로 치솟았다. 전일에도 3.86% 올랐던 제일모직은 이날 13만2000원(-1.86%)에 시초가를 형성한 후 12만7000원(-5.58%)까지 밀리기도 했다. 현재 제일모직 주가는 공모가의 2.55배 수준이다.


제일모직은 한 달 앞서 코스피에 상장한 삼성SDS와 여러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두 종목 모두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수혜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펀더멘털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의 프리미엄이 부여됐다.

와이즈FN 기준으로 제일모직의 PER(주가이익비율)은 371.83배로 제일모직이 편입돼 있는 코스피 섬유의복업종 2위인 한세실업의 PER(37.32배)보다 10배 이상의 프리미엄이 적용돼 있다. 삼성SDS의 PER도 65.28배로 삼성SDS가 편입돼 있는 코스피 서비스업종 1위인 NAVER의 PER(16.4배)보다도 4배 이상 높다.

수요예측에서 높은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했음은 물론 공모청약 및 상장 이후에도 시장 유동성을 왕성하게 흡수했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이 때문에 이날 제일모직의 약세는 자칫 고점 대비 큰 폭으로 떨어진 삼성SDS와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삼성SDS삼성SDS는 지난달 14일 상장 당시 공모가(19만원)의 2배인 38만원에 시초가를 형성했다. 8거래일째인 25일에는 42만8000원을 기록했다. 당시 고점은 공모가의 2.25배 수준이었다. 이후 약 한 달을 거치며 삼성SDS의 주가는 28만원대로 떨어졌다. 고점 대비 33% 이상 주가가 빠졌다.

제일모직 역시 실적 대비 매우 높은 수준에 주가가 형성돼 있는 만큼 고평가 논란이 이어져왔다. 이달 들어 현대증권이 제일모직에 대해 목표가를 22만원을 제시, 현재 수준 대비 60% 이상 오를 여지가 있다는 분석보고서를 냈지만 현 수준의 절반 수준인 7만원에 낮은 목표가를 제시한 증권사도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국시장에 대한 매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제일모직처럼 PER가 높은 주식은 우선 팔고 이익을 실현하는 게 나을 수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이만큼의 프리미엄이 부여됐다는 자체가 이상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전히 제일모직의 주가상승 여력이 추가로 남아있다는 의견도 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제일모직 주가수준에 대해 실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현 수준이 고점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서 팀장은 "이달 30일부터 FTSE(파이낸셜타임스 주가지수), 내달 6일부터 MSCI지수에 제일모직이 각각 편입될 예정"이라며 "이들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 자금이 유입될 경우 제일모직의 주가는 더 크게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 "인덱스펀드는 해당지수 내에서 특정종목이 차지하는 비중만큼만 편입하는 게 특징"이라며 "고평가 논란 여부에 상관없이 제일모직이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경우 그만큼에 해당하는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