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LG전자 압수수색, '세탁기 파손공방' 점입가경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유엄식 기자
김훈남 기자

검찰이 LG전자 본사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취재진들이 몰려들고 있다./사진=김훈남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 (91,200원 ▼1,400 -1.51%)의 세탁기 파손공방이 시간이 흐를수록 확대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상대방을 고소한데 이어 출국금지와 압수수색까지 단행됐다. 한마디로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이주형)는 26일 오전 LG전자 임원들이 삼성전자의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한 혐의와 관련해 서울 영등포구 LG전자 본사에 있는 일부 임직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LG전자 창원공장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LG전자는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피고소인 5명 가운데 4명이 이미 검찰 조사를 받았고 조성진 H&A사업본부장의 경우 조사 연기를 요청한 상황에서 압수수색은 지나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세탁기 파손논란은 지난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럽 최대 국제가전전시회(IFA) 개막을 앞두고 독일 베를린 시내 '자툰 슈티글리츠'와 '자툰 유로파센터' 두 곳의 매장에 진열됐던 삼성 크리스탈 블루 세탁기가 파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LG전자 임원 일행이 제품을 살펴본 이후 제품이 손상되면서 매장 직원들은 이들에게 변상을 요구했다. 현지 경찰이 출동했지만 세탁기 4대 가격을 변상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다른 매장에서도 동일한 파손 사건이 발생했고 CCTV(폐쇄회로TV)를 확인한 결과 조성진 사장 일행이 파손 당사자로 지목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조 사장을 비롯한 LG전자 임직원을 검찰에 고소했고 사건 조사가 진행돼 왔다.

LG전자 5명의 피고소인 가운데 4명은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조 사장의 경우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조사를 계속 미뤄왔다. 검찰은 조 사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고 다음달 개막하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CES)에 참석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LG전자가 지난 12일에 삼성전자를 증거위조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하면서 사건은 더욱 확산됐다. 삼성전자가 검찰에 제출한 증거물이 훼손됐고 이를 근거로 고소한 것은 LG전자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이 LG전자에 대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함에 따라 세탁기 파손 공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