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무슨일 있어요?" 검찰 '깜짝' 압수수색에 당황한 LG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세탁기 파손' 고소사건으로 서울 여의도 LG전자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 26일 LG그룹 직원이 트윈타워 건물을 나서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여기로 지나가도 되나요?"(LG 직원) "네 지나가세요"(트윈타워 보안담당 직원)
"오늘 무슨 일 있는 거예요?(LG전자 직원, 식사하러 나가면서.)

크리스마스 이튿날인 26일 오전, 계열사와 부서별로 올 한 해 업무 마무리 작업인 한창인 서울 여의도동 트윈타워 서관에 검찰이 들이닥쳤다.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국제가전전시회(IFA) 기간 중 발생한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고소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이주형) 소속 수사 인력이다.

이들은 곧바로 삼성전자 세탁기를 파손한 인물로 지목된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의 집무실로 향했다.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한 후 각종 보고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HDD), 9월 IFA 출장을 갔던 직원들의 휴대전화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이메일도 압수수색 대상에 들어갔다고 한다. 같은 시간 창원공장에도 인력이 파견돼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LG전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고소시점으로부터 3개월여가 지난 데다, 재물손괴에 해당하는 고소내용을 미뤄볼 때 영업 중인 기업에 수사 인력을 투입할 것이라곤 상상 못한 눈치다. 재계와 법조계에선 조 사장의 출석을 종용하던 검찰이 최근 출국금지 조치에 이어 '압박용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 직원들도 예기치 못한 압수수색에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압수수색 시작 후 한 시간이 채 안 돼 대부분의 보안담당 직원들이 트윈타워 서관 1층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각자 본사 곳곳으로 흩어져 특이사항을 점검했다.

점심시간 1층 로비를 오가던 직원들은 취재진이 몰려있는 포토라인에 주저하기 일쑤. 어떤 직원들은 취재진과 보안담당 직원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고, 소식이 빠른 직원은 주변 동료에게 뉴스에서 본 사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한 직원은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사건으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는 설명에 "진짜냐"라며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비치기도 했다.

이날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4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 수사팀은 보고서 등 문건과 이메일·휴대전화 송수신 내역 및 본문 등을 토대로 조 사장이 삼성전자 세탁기를 파손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동시에 조 사장에 대한 출석요구도 종용할 방침이다.

한편 LG전자는 보도 자료를 통해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LG전자는 "경쟁사의 일방적이고 무리한 주장으로 압수수색을 받게 됐다"며 "정상적인 기업 활동과 대외 신인도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될까 우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