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 총괄 회장님의 영향력, 롯데그룹 지배구조 들여다보니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민동훈 기자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등 주요 계열사 임원직에서 해임된 직후인 지난 9일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표면적으로는 조모 제사와 가족 모임을 앞세운 방문이었지만 가장 중요한 목적은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만나는 것이다.

그가 일본에서 날아와 신 총괄회장을 면담한 것은 신 총괄회장이 93세임에도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서다. 이 같은 신 총괄회장의 장악력 이면에는 롯데그룹만의 독특한 지배구조가 깔려있다.

◇후계구도 핵심 '광윤사', 여전히 신격호 회장 손 안에=한국 롯데그룹의 핵심은 백화점과 대형마트로 구성된 롯데쇼핑이다. 이 롯데쇼핑은 롯데제과→롯데알미늄→호텔롯데로 올라가는 지배구조로 연결된다. 사실상 한국 롯데그룹의 최정점에는 호텔롯데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호텔롯데 위에는 바로 일본 롯데홀딩스가 있고, 그 위에는 최상위 지배회사인 일본 광윤사가 있다.

광윤사는 일본 도쿄 신주쿠에 있는 작은 포장재 회사로 직원이 3명에 그친다. 하지만 이 회사가 바로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내로라하는 100여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27.65%를 비롯해 롯데호텔(5.45%), 롯데알미늄(22.84%), 롯데캐피탈(1.92%) 등 한국 롯데 핵심 계열사들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경우 광윤사 외에 신 총괄회장 개인적으로 보유한 지분이 28%나 된다.

이 광윤사의 최대주주가 바로 신 총괄회장(지분 50%)이다. 계열사들의 경우 이미 지분 90% 이상을 자녀들에게 승계한 신 총괄회장이 여전히 후계구도의 최종 결정권을 손에 쥐고 있는 것도 광윤사 지분을 그가 갖고 있어서다.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광윤사 지분을 받는 사람이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진짜 후계자가 되는 것이다.

◇순환 출자고리만 417개…오너일가 지분 황금률=수백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거미줄처럼 얽히고 섥힌 것도 롯데그룹 특유의 지배구조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말 현재 롯데그룹 내 계열사들이 단 1주라도 지분을 교차 소유하고 있는 순환출자는 417건에 달한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이 14건, 현대차그룹이 6건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복잡한 지배구조다.

이런 순환출자 탓에 오너일가 중 1명이라도 특정 계열사 지분이 높아질 경우 힘의 균형이 무너질 위험성이 상존한다. 롯데제과를 두고 신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지분 매입 경쟁을 벌인 것도, 또 다른 후계구도 갈등설이 불거지는 것도 이런 이유다.

◇강력한 오너십, 신격호 회장 의지대로 후계구도 정리될 듯=롯데 후계구도의 또 다른 특징은 딸들의 배제다. 삼성가의 경우 장녀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과 5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등이 후계구도의 한 축을 형성했지만 유독 롯데그룹은 신동주·신동빈 형제에게만 후계구도가 집중된 모습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2012년 롯데쇼핑 사장에서 물러나면서 사실상 후계구도에서 제외됐다는 평가다. 막내딸 신유미 씨도 일부 계열사 지분은 보유하고 있지만 후계구도에서는 벗어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 후계구도의 다양한 특징들은 현장 경험과 실적을 중시하는 신격호 회장의 성향이 그대로 녹아있다"며 "신 회장은 형제라도 실수가 반복될 경우 용서하지 않을 정도로 냉철하기 때문에 그의 의지대로 롯데 후계구도가 정리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