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200억 韓 초부유층 PB집사 '삼성패밀리오피스' 가보니

서울 역삼동 강남파이낸스 센터에 위치한 삼성생명의 '삼성패밀리오피스' /사진=권화순 기자

14일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삼성생명의 삼성패밀리오피스'를 방문했다. 자산이 200억원을 넘거나 금융자산만 30억원 넘게 보유해야 회원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으리으리'한 외관을 기대했다.


그런데 로비는 비좁았고 통로는 어두웠다. '가문', '공헌' '혜안' '영속' '명예'라는 이름이 붙은 5개 상담실은 공간과 공간이 철저하게 분리됐다. 방과 방 사이에는 벽이 아닌 복도가 나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예상을 깨고 '평범'했다.

이는 초부유층 회원들이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탓이라고 한다. 고객끼리 마주치지 않도록 동선을 배려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 그러자면 넓은 로비나 으리으리한 인테리어가 필요 없다는 설명이다.

국내서는 다소 생소한 '패밀리오피스'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널리 알려진 일종의 '명사'다. PB(프라이빗뱅크)보다 좀 더 확장된 개념으로 부유층에게 종합적인 컨설팅을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3년 전 삼성생명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현재 회원은 1000여명. 중견기업 이상의 CEO(최고경영자)가 대부분이다. 금융자산만 5000억원이 넘는 회원도 있고, 대부분은 총 보유자산이 수조원에 달한다.

성열기 삼성패밀리오피스 센터장(왼쪽)이 고객과 상담을 하고 있다./사진=권화순 기자

이들 초부유층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일까. 3년 전부터 패밀리오피스를 이끌고 있는 성열기 센터장은 "소득이 수백억원으로 최고세율(41.8%)을 적용하면 세금만 수십억원에 달한다"이라며 "이들은 금융자산 운용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의외의 말을 했다. 자산을 불리기보다 지키는 데 거 관심이 많다는 것. "상속과 증여 등 성공적인 가업승계가 이들의 최대 관심거리"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삼성생명이 부유층 고객 1500명의 상담 내용(3년간)을 분석한 결과, 금융자산 100억원이 넘는 '슈퍼리치' 고객 중 47%가 '상속·증여'를 가장 큰 관심거리라고 꼽았다. 50억원~100억원 자산가와 30억원~50억원 자산가도 각각 41%, 34%가 상속증여에 관심이 많았다. 반면 30억원 미만 고객은 금융투자 등 자산증식에 더 많은 관심을 뒀다는 설명이다.


삼성패밀리오피스는 이런 초부유층의 관심사를 반영해 한국의 '록펠러'나 '카네기' 가문과 같은 명문가가 되기 위한 종합 가문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성 센터장은 "표준화된 상속·증여 프로그램은 없다. 고객이 자산 정보를 모두 오픈하고 자식 중 누구에게 어떤 자산을 얼마나 증여하고 싶은지 의사를 밝힌다"면서 "어떤 자산을 어느 시점에 증여할 것인지 고객 맞춤형으로 컨설팅을 진행 한다"고 설명했다.

재무적 자산승계 못지않게 인적 자산승계도 중요하다. 패밀리오피스의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인 'GIP(Global Insight Program)'에 자녀를 보내겠다는 고객이 줄을 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기수당 15명의 고객 자녀(대학생이나 대학원생 자녀)만 참여할 수 있는데, 4주간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집중 교육이 진행된다.

글로벌 CEO 강의를 직접 듣거나 구글, IBM 등 기업 전문가를 초청하기도 한다. 또 CEO인 아버지 인터뷰를 통해 가문의 경영철학을 전수 받기도 한다. 해외 기업 방문 수행과제도 주어지는데 4주간 교육 참가비용이 1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지만 인기가 높다.

성 센터장은 "공신력 있는 부동산, 세무, 회계, 법무, 노무 법인과 제휴를 통해 전문성을 강화했고, 병원이나 사회복지단체 등과도 협력해 고객의 건강관리와 기부를 통한 사회공헌까지 가문관리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