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美이통사, 애플페이 부상에 '적'에서 '동지'로

구글이 미국 이동통신사들이 모여 설립한 모바일결제 기업에 눈독들이고 있다. 애플이 내놓은 '애플페이(Apple Pay)'가 인기를 얻으면서 그간 모바일결제 시장에서 경쟁해왔던 구글과 이통사들이 이에 대항하기 위해 협력 관계로 돌아설 채비를 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및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구글이 모바일결제 기업 '소프트카드'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프트카드는 AT&T, 버라이즌, T모바일이 컨소시엄을 통해 세운 기업이다. 원래 이름은 '아이시스 모바일 월렛(Isis Mobile Wallet)이었으나 동명의 이슬람 테러단체로 인해 사명을 변경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구글은 소프트카드 인수가로 5000만달러(약 538억7500만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책정 가격이 약 1억달러라고 전했다. IT전문매체 테크크런치도 1억달러를 상한으로 예상했다.

올해 이베이에서 분사가 예정된 페이팔도 소프트카드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구글의 인수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전망이다. 소프트카드를 소유하고 있는 이통사들이 모두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어 협력에 더 적절한 관계라는 이유에서다.

이미 구글은 '월렛(Wallet)'이라는 자체 모바일결제 서비스를 4년전부터 운영해왔다. 하지만 버라이즌을 비롯한 이통사들은 모바일결제 시장에서 구글이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소프트카드도 이 같은 구글의 행보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하지만 월렛과 소프트카드 모두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며 소비자들을 끄는데 실패했다.

경쟁 관계였던 이 둘이 손을 맞잡도록 한 것은 바로 애플이 작년 11월 내놓은 모바일결제 서비스 애플페이다.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음에도 판매자 및 소비자 모두에게 인기를 얻으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자, 여기에 구글과 이통사들이 위협을 느끼면서 이번 인수 협상까지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애플페이뿐만 아니라 신흥 모바일결제 스타트업들의 성장도 구글 등에게 압박으로 작용했다. 아일랜드 출신 패트릭·존 콜리슨 형제가 2009년 만든 스트라이프는 최근 7000만달러의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서 기업가치를 35억달러로 끌어올렸다. 네덜란드 스타트업인 에이든도 2억5000만달러의 자금을 유치해 기업가치가 15억달러로 늘었다.

소프트카드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점도 인수 논의 시작에 긍정적으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소프트카드는 최근 60명의 직원을 정리해고 했으며 남은 직원들은 적절한 인수자가 나타날 때까지 임시 휴직 조치를 취한 상태다.

인수가 확정되면 모바일결제 시장내 구글의 입지가 확대되는 것은 물론 애플페이와의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테크타임스는 구글이 소프트카드를 인수하게 되면 미국에서 업계 최대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바일결제 시장 자체도 이번 인수 협상을 시작으로 활발한 입수합병(M&A) 활동이 나타나면서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eMarkter)에 따르면 작년 글로벌 BtoC(기업과 소비자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1조5000억달러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