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면 화장실로"…'대형화재' 골든타임 확보 기술 주목

화장실을 대피공간으로 활용한 모습/사진=건설기술硏

을미년 새해 벽두, 대형 참사가 잇따르고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을 덮친 화마(火魔)로 130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의정부 참사에 이어 양주시와 남양주시 아파트 화재, 도곡시장 화재 등. 이에 소방 안전 기술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재 사고 발생 시 인명·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골든 타임' 확보에 초점을 맞춰 소방 안전 R&D(연구개발)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설기술연)이 민간 건설사들과 공동으로 추진한 소방 R&D 성과들이 주목받고 있다.

우선 화재 발생 시 화장실을 대피공간으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PVC, 목재 등 일반 재질로 된 출입문이 불에 타지 않도록 문 위에서 출입문 표면에 물을 분사하는 설비를 설치한다. 문 표면과 틈새에 물이 흘러 수막을 형성하게 돼 불에 잘 타지 않고, 문 틈새를 통해 들어오는 연기를 차단할 수 있다. 또 배기 시설을 화재 시 공기 보급 시설로 바꿔 쓰도록 해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공급받을 수 있다.

건설기술연 화재안전연구소는 최근 관련 기술을 GS건설에 이전했다. 이 장비는 170만~370만 원 정도면 설치할 수 있다. 대형 화재가 발생할 경우에도 최소 30분 이상 화장실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불에 타지 않고 잘 견디는 '탄소저감형 영구 거푸집'도 새로운 소방 R&D 성과다. 한화건설이 건설기술연과 함께 개발한 이 기술은 폭열로 인해 건축물이 붕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건물의 뼈대가 되는 철근과 콘크리트를 보호한다. 공사 장비인 거푸집을 고온에 잘 견디도록 개량해 만든 후 이를 제거하지 않은 채로 집을 짓는 방식이다. 화재 시 이 거푸집은 내부 콘크리트와 철근에 열이 전달되는 것을 차단해 주는 역할을 한다.

영구거푸집 겸용 내화시스템 개요/사진=건설기술硏

대림건설은 건설기술연과 함께 백화점·쇼핑몰이나 박물관 등의 건축물에 부속된 아트리움(현대식 건물 중앙 높은 곳에 보통 유리로 지붕을 한 넓은 공간)에 화재 발생 시 연기가 확산하는 것을 막는 제어 기술을 개발했다. 건물 상단 층에서 압력을 조절하는 장치를 달아 연기를 천정으로 빨아들이듯 빼내 각 층으로 연기가 퍼져나가는 것을 막는다.

GS건설은 건설기술연과 '화재 위험성 평가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발화, 화재성장, 연기이동, 소방대 개입 등 환경 조건별로 일어날 수 있는 화재 시나리오를 작성할 수 있다. 이 시나리오는 건물 특성에 부합한 최적의 화재안전시스템을 도입하는 기본 자료로 활용된다.

건설기술연 신현준 화재안전연구실장은 "층간 30~40cm 두께의 불연재를 넣어 불이 위층으로 옮아붙지 않게 하는 기술과 하수관이나 급수관 연결 부위에 뜨거운 열이 닿을 경우, 끊어지도록 해 건물 상층부로 불이 번지지 않도록 하는 차단 기술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