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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여 안녕! 제주냐, 화천이냐?

[웰빙에세이] 지금 사는 곳을 살고 싶은 곳처럼 살기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입력 : 2015.01.19 08:10|조회 : 8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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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작은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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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냐, 화천이냐? "도시여 안녕"을 외칠 때 나는 마지막까지 고민했습니다. 아! 제주로 가야 하는데, 첫 눈에 나를 홀렸던 위미로 가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나는 강원도 산골로 왔습니다. 더 질기게 나를 끌어당기는 인연의 힘을 받아들였습니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습니다. 화천에 아무 연고가 없습니다. 친구도 없습니다. 군 복무를 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홍천 분이고, 어머니는 강릉 분이니 내 몸에 흐르는 강원의 피를 어떻게 거부하겠습니까? 그래서 나는 바다가 아니라 강으로 왔습니다. 산으로 왔습니다.

그 이후 마음 한 켠에 진하게 남아 있는 향수, 제주의 바다와 바람과 한라산과 오름과 억새와 햇살과 숲과 동백과 길. 십여 년 전 아들과 제주를 여행할 때 나는 위미의 한 골목길에서 앗! 하며 차를 멈췄습니다.

"여기, 이곳은 내가 살 곳이다! 내 영혼이 머물고 싶은 곳이다!" 내 안에서 이런 말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리고 3년 전이던가. 화천으로 귀촌한 다음이었습니다. TV에서 흘러간 영화 '건축학 개론'을 보다가 나는 또 한 번 앗! 하며 숨을 멈췄습니다. 저기는 위미 아닌가?

그 영화 때문에 향수병이 도졌습니다. 제주가 너무 그리웠습니다. 어쩝니까. 가야지요. 나는 제주를 걷기로 했습니다. 속이 후련할 때까지 걷기로 했습니다. 떠난 애인을 잊으려 미국 대륙을 달리고 달렸던 영화 속의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처럼!

/사진제공=작은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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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주 올레 길을 실컷 걸었습니다. 이른 봄에 1~7코스, 늦가을에 8~15코스를 걸었습니다. 거리로는 270km입니다. 올 봄에 나머지 16~21코스를 다 걸으려 합니다. 올레, 그녀는 내 애인입니다.

1. 만나면 좋습니다. 헤어지면 섭섭합니다.
2. 보고 또 보고 싶습니다.
3. 예쁩니다. 아름답습니다.
4. 보일 듯 말듯, 잡힐 듯 말듯 애를 태웁니다.
5. 때로 짜릿합니다. 황홀합니다.
6. 한눈팔면 놓칩니다.
7. 나를 시험합니다. 빙빙 돌립니다.
8. 나를 변화시킵니다.

그녀는 청실홍실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손짓합니다. 올래 말래? 나는 얼른 그녀를 쫓아갑니다. 그러나 잡히지 않습니다. 또 한 발짝 물러나 유혹합니다. 올래 말래? 그녀는 나를 홀립니다. 올레홀릭!

올레를 다 걷고 나면 섭섭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한라산을 오를 겁니다. 용눈이오름과 다랑쉬오름에 갈 겁니다. 비자림과 사련이숲길을 걸을 겁니다. 제주에 사는 사람보다 더 많이 제주를 누빌 겁니다. 더 깊이 제주를 누릴 겁니다.

/사진제공=작은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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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도 살고, 장필순도 살고……. 나처럼 제주에 꽂힌 사람이 많습니다. 제주는 그만큼 아름답지요. '나는 꼼수다' 콘서트의 기획자로 유명해진 탁현민. 그도 나처럼 제주에 홀리고 꽂힌 사람입니다.

그는 지난해 여름을 제주의 서쪽 바다에서 났습니다. 설렁설렁 두어 달을 지냈습니다. 놀러 온 사람인지 눌러 앉은 사람인지 헷갈리는 모습으로 살았습니다. 이후에도 틈만 나면, 핑계거리만 생기면 제주로 날아갔습니다. 그는 제주에 둥지를 틀고 싶습니다. 하지만 공연 연출을 업으로 홍대 거리에 발붙인 그로서는 먹고 살 방법이 막막합니다. 그래서 작전을 바꿉니다. 서울을 제주처럼, 도시를 섬처럼 살기로 합니다.

'제주가 좋다고 느꼈던 것들인 욕심을 줄이는 것, 나누는 것, 아름다운 걸 찾아내는 것, 기다리는 것,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젖어드는 것, 그리고 자연에 가까운 삶의 방식들과 그 아름다운 풍경들, 그리고 사람들.'

그 모든 것들을 도시에서도 똑같이 느끼고, 찾고, 해보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그러고 보니 해지는 양화대교 위에서 보았던 풍경이 모슬포보다 아름다울 때가 있고, 마포에서 한강까지의 한강공원은 명월리에서 금능리까지의 산책로보다 걷기가 좋았다. 까치산에 올라 바라본 풍경은 금오름의 풍경만큼이나 흐뭇했고, 홍대 주변의 복잡한 골목길은 제주의 올레 길만큼이나 흥미진진했다." (탁현민 '당신의 서쪽' 중에서)

/사진제공=작은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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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나 또한 같은 작전입니다. 나는 화천을 제주처럼 살려고 합니다. 지금 사는 곳에서 찾고, 보고, 젖으려 합니다. 가까운 곳에서 느끼고, 즐기고, 감동하려 합니다. 제주에 살아도 제주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화천에 살아도 화천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장소를 탓하는 사람은 어디를 가나 장소를 탓합니다. 언제나 무슨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마음이 지옥이면 어디든 지옥입니다. 거꾸로 마음이 천국이면 어디든 천국이겠지요. 천국은 내 안에 있는 거겠지요. 중요한 것은 밖이 아니라 안, 저기가 아니라 여기, '여행의 기술'이 아니라 '존재의 기술'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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