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 대부분 '간호조무사' "인건비 30% 저렴해서"

환자에게 주사를 놓는 간호사.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스1

상당수의 간호조무사 학원에서 주사 놓는 법도 안 가르치는 등 교육과 실습이 날림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의원 및 중소형 병원은 임금을 적게 주기 위해 간호사 대신 간호조무사를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간호사 고용이 법적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연봉이 30%가량 저렴한 간호조무사를 쓴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요양병원의 증가로 인해 간호조무사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면서 '날림' 간호조무사는 더욱 많이 배출되고 있다.


20일 개업의 및 대학병원 의사 등은 개업의원 및 중소형 병원에서는 거의 대부분 간호사 대신 간호조무사를 고용하며 주된 이유는 비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방 소재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로 근무하고 있는 박모씨(31)는 "개업의들이 간호조무사를 쓰는 이유는 오로지 경제논리 때문"이라며 "간호조무사가 간호사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나 간호사의 경우 돈도 더 줘야 하는 등 대우를 잘 해 줘야 하는데 의사들이 누구를 쓰겠냐"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내과 개원의 임모씨(54)도 "초기에는 간호사를 썼으나 지금은 다 간호조무사로 바꾼 뒤 연봉으로 나가는 인건비 지출이 20~30% 줄었다"며 "근육주사 놓고 심전도 검사 등의 업무를 하는데 크게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의원이나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간호조무사를 선호하고 요양병원이 증가하면서 품귀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간호조무사 학원들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으며 5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도 '좋은 재취업 자리'라고 홍보해 학원에 등록하게 한 뒤 시험을 보게 하고 있다.

상당수의 간호조무사 학원 교육이 날림으로 이뤄지는 상황인데도 정작 시험 합격률은 상당히 높다. 고졸 이상의 학력자라면 누구나 응시 가능한 이 시험에는 지난해 상반기 2만2936명이 응시해 1만9867명이 합격해 86.6%라는 높은 합격률을 보였다.

간호사와의 업무능력 차이가 크지 않으면서도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간호조무사를 채용한다는 일부 의사들의 말과 달리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인들은 간호조무사의 능력과 역할의 차이가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장모씨(31)는 "개업의들이 임의로 간호조무사를 고용해 간호사가 해야 할 업무를 맡기면서 근육주사 놓다가 신경마비가 오기도 하고 아기가 질병에 걸리는 사고도 발생하는 것"이라며 "개업의가 임의로 간호조무사를 쓸 수 없게 법으로 정해야 한다"고 분개했다.

서울 강남의 한 대형 병원에서 근무하는 레지던트 김모씨(31)도 "간호조무사는 업무를 모르기 때문에 의사를 돕는 역할을 할 수 없고 환자 예약 정도만 가능하다"며 "대학병원 같은 큰 병원에서 의사 서포팅 역할을 간호조무사에게 맡긴다면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으로도 의료법상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는 의료인인 간호사와 달리 시·도로부터 자격증을 발급받는 간호조무사는 의료인에 포함되지 않는다. 의료법에서는 면허가 없는 자의 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령을 통해 간호조무사에게 진료보조업무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함에 따라 현재 간호조무사들은 간호사의 업무영역까지도 넘나들며 일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실제 현장에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역할은 똑같다"며 "간호조무사도 간호와 진료보조를 할 수 있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간호조무사가 수술실에 들어갔다고 해도 불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간호조무사들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차이를 잘 모르는 환자들에게 본인들을 간호사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현행 의료법 27조 2항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사나 간호사 등의 명칭을 사용할 경우 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지난달 28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수술실 파티' 사진을 올린 서울 강남의 J성형외과 간호조무사도 본인을 간호사라고 소개하는 명함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대한간호협회가 공식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대한간호협회는 해당 병원 간호조무사들이 수술실에서 음식을 먹는 사진 또한 추가로 확보하고 보건당국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교육과정이 완전히 다르고 사람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의 역할을 할 수 없다"며 "내가 누구한테 간호를 받는지도 모르는 채로 국민들이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는데 이런 현실을 바꾸려면 현재 관련법을 개정해서라도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