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건설업계 입찰담합 무차별 제재 '제동걸리나'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공공공사 입찰 과정에서의 담합 혐의로 기소된 건설업체들에게 처음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이번 판결로 입찰 담합과 관련, 현재 진행 중인 민사·행정소송은 물론 추후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처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견이다.

19일 법조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형사제8부(최희준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대구도시철도 3호선 공사 입찰과 관련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삼성물산,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등 5개 기업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 평가 1∼2주 전에 8개 건설기업 영업부장들이 모여 관심있는 공구에 대한 정보교환을 한 사실만으로는 담합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로는 공구분할을 합의한 사실이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구도시철도 3호선 공사 입찰에서 담합을 주도한 혐의로 삼성물산 등 12개 업체에 총 40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중 공정위 조사에 협조한 대우건설, GS건설, SK건설은 고발 면제조치로 기소를 면했다.

결국 법원은 담합 의혹에 대한 증거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공정위가 무리하게 담합으로 몰고 갔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이 담합 관련 소송에서 건설기업의 손을 들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앞으로 담합 관련 재판에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대한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그동안 공정위가 단순한 정보교환이나 만나기만 해도 담합으로 보는 등 담합 성립 범위가 너무 과도했다”며 “이를 뒤집는 판결이 최초로 내려져 공정위의 지나친 담합 처분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25건 69개사 1조230억원 과징금…검찰고발만 16건
이번 법원의 결정은 현재 진행중인 공공공사 담합 관련 소송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공정위로부터 입찰 담합 혐의로 적발돼 형이 확정됐거나 소송이 진행 중인 공공공사는 모두 25건.

이로 인해 과징금 등 제재를 받고 있는 건설업체는 모두 69개사로, 과징금 전체 규모는 1조230억원에 이른다. 이중 검찰에 고발된 건은 모두 16건(64%)으로, 고발된 건설업체는 50개사에 이른다.

특히 입찰담합 적발건수가 △2011년 3건 △2012년 4건 △2013년 2건 등에 비해 대폭 늘었다. 대부분 2009~2011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주된 대형 건설공사들로, 철도·지하철 등 토목사업들과 기술적 난이도·공종의 전문성으로 인해 턴키(설계·시공 일괄발주)로 발주되는 하수처리·폐기물처리시설 등의 공사다.

이에 입찰담합 유형도 비슷했던 만큼 앞으로 진행되는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올들어서도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액화천연가스(LNG) 주배관공사 등 공공공사 입찰과정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진행중이다.

김영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책사업의 입찰제도가 대부분 품질과 기술력경쟁보다는 국가예산 절감을 목표로 가격 중심의 낙찰방식을 선호하는 것이 문제”라며 “단순한 사전 정보교환도 담합행위로 여겨 처벌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찰담합 행위 건수가 줄어들지 않고 입찰담합 방식 등이 변화하지 않는 것은 담합방지를 위한 조치들과 건설산업 선진화를 위한 노력들의 실효성이 낮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입찰담합 제재와 관련 법률이 보다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개선한다면 실질적으로 입찰 담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