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잡으니 블록버스터 됐다"…제약업계 '적과의 동침'

서로 경쟁하던 제약사가 같은 의약품을 함께 판매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승승장구 하고 있다. 특히 전문의약품은 제약사별로 효능이 똑같은 약이 많아 독자 개발과 독자 판매가 주류를 이뤘지만 정부의 약가규제로 자사에 이익이 된다면 경쟁사와 손잡는 것까지 꺼리지 않는 분위기다.


26일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 등에 따르면 LG생명과학 (67,500원 ▲500 +0.8%)의 당뇨병 신약 제미글로의 지난해 매출은 111억원으로 블록버스터 신약이 됐다. LG생명과학은 2012년 19번째 국산 신약으로 제미글로 허가를 받았고, 2013년 실제 제품을 출시하고 55억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LG생명과학은 제품 출시와 동시에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와 제미글로를 한국에서 함께 팔고 있다. LG생명과학과 사노피는 판매 지역을 나눠 각각 영업에 나서고 있다. 특히 다국적 제약사가 개발한 약을 국내 제약사가 파는 것이 아니라 LG생명과학이 개발한 약을 다국적 제약사가 판매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LG생명과학 관계자는 "사노피의 경우 새로운 의약품이 필요했고, LG생명과학은 사노피의 영업망을 원했다"며 "이 같은 공동 영업이 제미글로 판매 증가에 큰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LG생명과학은 녹십자나 일동제약과도 의약품 판매·개발에서 다양한 협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피엠지제약의 골관절증치료제 천연물신약 레일라도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레일라 매출은 2013년 53억원에서 지난해 109억원으로 106% 증가했다. 이 같은 약진에는 지난해 3월부터 안국약품이 레일라 공동 판매에 나선 것이 큰 영향을 발휘했다. 한국피엠지제약은 종합병원 영업에 치중한 반면 안국약품은 중소 병·의원 영업을 맡으면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 것이다.


셀트리온제약도 지난 9일 한미약품과 간질환치료제인 '고덱스'의 공동판매 계약을 맺었다. 고덱스는 지난해 27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제품으로 셀트리온제약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력제품이다. 셀트리온제약 관계자는 "한미약품이 전문약 부문에서 영업력이 좋기 때문에 이번 제휴로 판매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약사간의 협업은 의약품 개발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CJ헬스케어는 지난 12일 대웅과 당뇨-고지혈증 복합제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임상1상시험은 CJ헬스케어가 맡고, 임상3상 시험은 대웅이 각각 맡는 방식으로 개발 완료시 공동 판매 조건이다.

CJ헬스케어 관계자는 "수 십 억원의 개발비용을 두 회사가 분담해 리스크를 줄이려는 목적"이라며 "앞으로 의약품 개발과 판매를 협업하는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기술 유출을 우려하지만 이 부분까지 계약 내용에 포함시키므로 큰 걸림돌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