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에서 전 직원 성과연봉 반납, 왜?

[표-1]STEPI 직급별 반납액 현황/자료제공=경제·인문사회 연구회

국무총리실 산하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송종국 원장과 임직원들이 지난해 12월 성과연봉 일부를 반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연초 세운 수탁용역 목표가 미달하자 직원들의 월급을 반납해 일부를 채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실적과 조직 운영에 기관평가는 ‘미흡’을 받았지만 송 원장은 연임됐다.

25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정호준 의원실에 따르면 경제·인문사회 연구회와 STEPI의 경영 상태를 점검하던 중에 이런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해 STEPI의 수탁용역수입 결산 액은 52억8197만원으로 연초 계획한 77억200만원에 못 미쳤다. 그리고 정규직 총 86명 중 1명을 제외한 85명이 ‘자진반납’의 형태로 총 8063만원의 성과급을 반납했다.

정부 산하 기관은 매년 이사회에 당해 사업연도에 달성할 경영목표를 부여하는 ‘수권 예산’을 보고한다. 국가가 재정상 원조를 할 목적으로 지원하는 출연금 외에 기관은 정부·민간 수탁사업을 통해 벌어들일 수익을 계획하여 이를 출연금과 합산해 수권 예산 목표치를 세운다.

정 의원실에 따르면 STEPI의 2014년 자체수입은 55억 9646만원으로 해당 연도 목표했던 80억3800만원 보다 무려 24억4153만원을 채우지 못했다.


정 의원실과 STEPI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수탁용역 수입이 계획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STEPI 측은 “수탁용역사업 수입이 연초 세웠던 수권예산액에 크게 못 미쳤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기관은 수탁사업 수입을 보수적으로 산정해 집행하므로 STEPI처럼 수권 예산에 ‘구멍’이 난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애초 무리한 사업계획을 세웠거나 연구수행 능력이 저하돼 관련된 외부 과제 수주를 계획대로 받지 못한 경우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STEPI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표-2]STEPI 14년 예산 및 결산(안) 수지총괄표/자료=경제·인문사회 연구회

STEPI는 수탁수익 부족분을 채우기 힘들다는 판단으로 지난해 12월 2일, 전 직원 간담회를 열어 기관 재무 상태를 공개했다. 임직원들의 월급 자진 반납에 동의토록 하는 설명회를 연 것이다. 그리고 같은 달 5일, 노조 협의를 통해 전 직원 성과연봉 일부 반납 관련 동의서 작성 및 접수 등을 추진했다.

STEPI 측은 “임직원들의 개인별 동의절차를 거쳐 지난해 12월 개인별 성과연봉 월액의 55% 반납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서명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특히 ‘반납금(8063만원)이 수탁예산 부족분(24억 2002만원)을 만회할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책임추궁을 피하기 위한 면피용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송종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사진=STEPI

2010년 STEPI는 연구기관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2011, 2012년 기관평가에서 ‘보통’, 2013년 등급에선 이보다 낮은 ‘미흡’ 판정을 받으며 계속 하락하고 있다.

송종국 원장은 지난해 9월 이사회를 통해 연임됐다.

정 의원은 “감당하지 못할 경영목표를 설정한 것도 문제고, 이후 상황이 어려워지자 월급을 반납하는 식으로 해결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라며 “최근 STEPI 내부의 위상추락, 재정여건 열악, 연구성과 저하 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