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의 컬처톡톡]변화의 집, 아이우올라 부인을 찾아서

‘끝이 뾰족하고 높다란 지붕은 둥글둥글해서 마치 커다란 호박처럼 보이는 건물 위에 뾰족 모자처럼 얹혀 있었고 벽은 여기저기에 혹처럼 불거져 나온 부분 말하자면 불룩 나온 배들이 있어서 넉넉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또 창문 몇 개와 문이 있었는데 전부 호박에다 서툴게 뚫어 놓은 구멍 같이 비스듬하고 삐뚤었다… 그 집 쪽으로 걸어가면서 바스티안은 집이 천천히 계속해서 변하는 것을 알아챘다. 마치 달팽이가 더듬이를 내밀듯이 살며시 오른쪽에 작은 혹이 하나 생기더니 점차 돌출창이 있는 작은 탑이 되었다. 그와 동시에 왼쪽에서 어떤 창문이 닫히더니 천천히 사라져갔다. 지붕에는 굴뚝이 하나 솟아 나왔고 문 위로는 격자 난간이 있는 작은 발코니가 만들어졌다……’


'모모'로 유명한 독일의 동화작가 미하일 엔데가 1979년에 발표한 환상 동화 '끝없는 이야기'에 나오는 변화의 집 묘사다. 집에서는 “들어오렴. 착한 아이야 어서 들어 와”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 집은 아이우올라 부인이 살고 있다. ‘약간 사과처럼 생긴 여자가 앉아 있었다. 붉은 뺨에다 동글동글하고 그만큼 건강하고 산뜻한… 옷이 진짜로 나뭇잎과 꽃잎, 과일로 만들어진’ 부인은 바스티안이 배가 고프다고 하면 그녀의 몸에서 직접 과일을 따서 준다. 과일은 너무 달고 맛있었다.

환상 세계에서 방황하던 바스티안은 이 변화의 집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더불어 일찍 돌아가신 인간 세계의 엄마에게서 느끼지 못한 엄마의 정을 느낀다. 시간이 꿀처럼 흘러갔다. 한때 환상 세계의 구원자며 황제까지 꿈꿨었으나 결국 거의 다 잃은 바스티안은 모든 기억을 잊기 전에 인간 세계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바스티안이 부인에게 묻는다.

“이제 전 어떻게 해야 하죠?”
“나를 떠나야 한단다. 변화의 집에서의 시간은 지나갔어.”
“어디로 가야 하는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바스티안은 결국 생명의 물을 마시고 환상세계의 문을 떠나서 인간세계로 돌아와 자신을 애타게 기다리는 아버지를 다시 찾고, 환상세계의 ‘황금빛 눈의 소원의 지배자, 어린 여왕’이 바라던 구원자 즉, 인간 세계와 환상 세계를 잇는 즐거운 사람이 된다.


책은 모든 것이 은유고 풍자다. 거기에 우리의 삶을 적용해 보면 망원경 진실이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변화의 집은 개인에게는 사춘기나 성장 과정에 해당할 것이다. 수염이 나고 목소리가 굵어지고 뼈가 자라고 근육이 울퉁불퉁해지는, 한국에게는 개발을 통한 변화의 과정일 테고. 고층건물들이 혹처럼 생기고 도로가 생기고 지하철이 만들어지고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달라지는. 거기서 한국은 가난과 방황의 피로를 풀었다.

물론 환생 세계와 인간 세계는 1:1로 매치되지는 않는다. 건국 후 70년이 지난 한국의 세계가 이 소설과 다른 것은 “착한 아이야 들어오렴. 어서 들어 와” 라고 부드러운 소리로 맞아주고, 자신의 몸에서 과일을 따서 바스티안에게 주고, 마침내는 소원을 가지고 이 변화의 집을 떠나라고 지혜의 조언을 주는 아이우올라 부인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

세월호의 무력증, 땅콩회항의 거짓, 개념 없는 권력, 수없이 터지는 안전사고, 보육원의 기본 없는 인간들… 거기 혹 같은 현실이 있겠으나 '끝없는 이야기'는 “이야기는 끝이 없다”고 말한다. 현실과 환상을 이으라고. 소원을 잊지 말라고. 소설에서 아이우올라 부인은 이렇게 당부한다.

“너의 마지막 소원이 너를 이끌어줄 거야. 그 소원을 잊어버리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