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감각, IOT 환경 UX로 진화한다

사용자 경험(UX)이란 어떤 시스템에 대해 사람들이 사용 전, 사용 중, 그리고 사용 후에 어떤 경험을 하는가를 기술하는 것으로, 사용자의 생각 혹은 인지뿐만 아니라 감성(emotion), 태도, 선호가 모두 포함된다. 그래서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라고 말을 한다. 다만 ‘디자이너’가 미대 출신의 디자이너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UX라는 용어가 회자된 계기는 1990년대 초 미국 샌디에이고대학의 인지과학과 교수였던 도널드 노만 때문이다.

그는 사용자 중심의 설계(design)를 주창하다가 애플의 부사장이 되면서 명함에 사용자 경험 설계사(UX Architect)라고 써 놓은 게 계기가 됐다. 도널드 노먼이 인지과학자이듯 UX의 기원은 인지과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인지과학은 인간의 마음(mind)과 지능을 과학적으로 연구해 인공의 지능으로 응용하고자 하는 융·복합 학문이다. 그래서 인지과학에서는 인간이 어떻게 세상과 상호작용을 하는 지를 감각과 지각, 언어, 사고, 감성, 문제해결, 의사결정과 선호라는 주제를 통해 다루게 된다. 따라서 인간이 인공물(artifact)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관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게 된다.


UX의 기원은 인지과학
UX의 성립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저술 중 하나는 1983년 인공지능과 인지심리를 연구하던 카드, 모랜, 뉴얼이 쓴 ‘인간과 컴퓨터 상호작용의 심리학(The Psychology of Human-Computer Interaction)’이다. UX의 학문적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과 컴퓨터 상호작용(HCI) 분야는 바로 이 책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것이다. UX는 HCI의 한 분야로서 인간(H) 측면에서 컴퓨터(C)를 바라보는 것이다. 결국 사용자의 경험인 ‘심리’를 다룬다. 심리학이나 인지과학이 인간의 경험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과 달리 UX는 목표한 인간의 경험을 만들어내기 위한 디바이스나 환경을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윤명환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UX를 ‘설계과학(design science)의 한 분야에 해당하는 실증적 연구주제로 인문학과 기술의 융합적인 방법론 혹은 인지심리와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인공물과 사람의 상호작용을 분석하고 구현하는 학문이나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초기 UX·HCI는 사용자가 디바이스를 작동시키는 인터페이스와 인터랙션을 중심으로 논의됐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가장 중요한 가치를 사용의 편의성으로 봤다. 이 때문에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고민의 핵심적인 흐름이 됐다. 예를 들어 1980년대의 키보드나 리모컨, 1990년대 후반 마우스와 그래픽 기반 UI(GUI), 2000년대 초반 모바일 시대에는 터치와 제스처 같은 내추럴 UI(NUI)가 대표적인 예가 된다. 이런 관점에서는 UI·UX 라는 용어를 쓰면서 사용하기 편리한 시스템을 강조한다.

영화관에 가는 이유는 문을 열기 위함이 아니라 영화라는 콘텐츠를 서비스 받고자 함이다. 그러나 문이라는 UI가 제대로 안 열리면 영화를 제대로 보기는 어렵다. 이런 깨달음과 함께 UX·UI라는 용어가 비등하며 UX는 UI를 잘 만드는 기반이 됐다. 이제 UI를 통해 사용자에게 제공할 서비스의 가치는 사용 편의성뿐만 아니라 유용성, 심미성, 안전성 등을 포괄하게 됐다. 그리고 최근 애플, 구글, 페이스북, 삼성전자 등이 거둔 성공에서 UX가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되며, UX는 UI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하기 위한 사용자·소비자 연구, 상품기획과 개발, 그리고 전통적인 마케팅을 넘어서는 UX 기반 마케팅으로 발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IT와 통신기업 중심에서 여러 산업으로도 퍼져나갔다. 예를 들어 자동차산업, 커머스와 쇼핑산업, 은행과 증권 등 금융산업, 정부 등의 공공영역 등 사람이 쓰는 시스템을 이용하는 다양한 분야로 확산됐다.


시각 위주에서 다중 감각적 UX로 진화
앞으로 UX 진화방향의 몇 가지를 간단히 살펴본다. 우선 사물인터넷(IoT)의 부상과 함께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 디지털 경험과 아날로그 경험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화면 중심의 시각적 경험에서 청각과 촉각, 후각 등을 갖춘 몸을 중심으로 하는 다중 감각적 UX의 설계가 중요해 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뿐만 아니라 매장이나 스포츠 경기장 같은 실내·외 공간 설계에도 UX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방법론의 변화도 클 것이다. 소수의 인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뷰나 관찰 같은 정성적 방법의 장점도 크지만,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거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처럼 사용자의 현재 동향과 태도를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계량적 방법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이 대규모 서비스를 하는 기업들은 양적인 데이터를 통해 UX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빅데이터나 데이터 사이언스, 인공지능 등의 부상과 함께 데이터 중심성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리나 구글나우, 왓슨 등 인공지능체와의 상호작용은 수동적인 디바이스에서 능동화되고 적응하는 서비스와의 상호작용이 앞으로 부각될 것이다. 이들과의 인터랙션은 대개 자연어를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내러티브나 담화 구조의 분석을 이해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인공지능체와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디자인하는가는 매우 흥미로운 이슈가 될 것이다. IoT시대로 진입하면서 하나의 시스템이나 디바이스를 다루는 시대에서 연동되는 수많은 디바이스나 시스템과 상호작용해야 하는 시기가 되고 있다. 이는 한 사람이 하나의 디바이스를 조작한다는 근본 가정 자체가 바뀌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런 데이터와 함께 IoT나 3D프린팅이 활성화되면서 대량생산된 상품보다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된 상품과 니치마켓(niche market)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앞으로 UX는 산업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이유는 사람들의 삶과 사고의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도 이미 1인가구가 25%에 육박하면서 새로운 공동체적 관계가 형성되고 있으므로 사람들의 경험방식과 내용도 변화할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의 삶과 본성, 그리고 그 속성을 이해해야 사용자와 소비자에게 제공할 가치를 제대로 만들 수 있다.

글 조광수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UX Lab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