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는 사용자·서비스·장치 잇는 종합기술”

정보통신기술(ICT)은 데이터의 수집과 보관, 그리고 분석을 수행하는 기능이 중심이 되어 왔으나 사용자의 폭이 크게 넓어지면서 사용자와의 상호작용(Interaction)이 중심이 되는 기술로 발전해 오고 있다. 상호작용은 콘텐츠 혹은 서비스를 대상으로 사용자 간, 혹은 사용자와 장치·서비스 간의 입력과 출력의 순환적 과정을 의미하며, 상호작용 기술은 이를 위한 제반 기술과 모델을 뜻한다.초창기 상호작용 기술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기술로 불렸으며, 사용자가 효과적으로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한 방법을 다뤘다. 이후 등장한 사용자 경험(UX)은 사람이 상품, 시스템 또는 서비스를 사용할 때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한 것을 다루며, 사용자의 상태와 서비스·콘텐츠를 최적화해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기술을 말한다.

예를 들어 누르기 편하게 장치의 버튼을 만드는 것을 UI 기술이라고 한다면, UX 기술은 장치를 사용하는 상황에 따라 그 버튼의 동작 방식과 의미를 다른 입력방식과 연계해 일관되게 제공하기 위한 기술이라 말할 수 있다. UX는 UI를 통해 실체화되며 UI의 프로세스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UX는 사용자의 서비스에 대한 만족감(긍정적 느낌)을 최대화하기 위해 개인화된 서비스 제공, 즉 주관성을 지향한다.

사진= 애플 ‘시리’ 화면

UI, 텍스트→그래픽→내추럴로 발전
UI 기술은 텍스트 기반의 커맨드 라인 인터페이스(Command Line Interface), 그래픽 기반의 그래픽(Graphical) UI를 거쳐 인간 신체 기반의 내추럴(Natural) UI로 발전해 왔다. 커맨드 라인 인터페이스는 사용자가 키보드에서 명령을 입력해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는 형태이며,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란 WIMP(Windows, Icons, Menus, Pointer) 요소로 구성되고, 위치지정도구(마우스, 광선펜, 컨트롤볼, 조이스틱 등)를 사용해 도형으로 표시된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는 인터페이스 형태를 말한다. 내추럴 UI란 사람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통해 컴퓨터를 제어, 실행, 통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손동작, 음성, 몸동작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직관적이며 이용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내추럴 UI의 주요 기술로는 터치 입력, 제스처 및 음성인식, 안구인식, 표정인식, 생체인식, 뇌 인터페이스 등의 기반 인식기술과 이를 활용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 그리고 다양한 3D디스플레이, 사운드 디스플레이, 촉감 및 운동감 디스플레이 등이 있다. 터치, 제스처, 음성 기반의 내추럴 UI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소형 장치를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했으며 스마트TV, 데스크톱, 노트북, 대형 스크린 및 각종 가전기기 단말 등 적용범위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내추럴 UI에 있어 사용자 경험은 더욱 중요한 기술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UX의 개념을 대중화 시킨 애플의 아이폰을 보면, 초기 UX는 미니멀리즘과 스큐어모피즘(Skeuomorphism)으로 대변되는 철학과 함께 새로운 기술보다는 개별 기술의 높은 수준의 완성도가 핵심이었다. 이후에는 사용성 철학에 맞는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도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기존의 손가락을 위아래로 움직여 인식하던 지문인식을 버튼을 누르거나 손가락을 터치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인식하는 기술을 도입해 ‘지문인식’이라는 과정을 일련의 과정에 포함된 ‘투명한’ 요소로 만들어 사용성을 향상시킨 것을 들 수 있다.


한편, UX 관점에서 최근의 가장 큰 이슈는 사물인터넷(IoT)으로 대변되는 여러 장치를 활용하는 서비스이다. 이는 동일한 콘텐츠를 TV, PC,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여러 개의 단말기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최근 UX 기술의 발전으로 PC에서 작업하던 내용을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에서 연속적으로 수행하고, 필요에 따라 두 개의 장치를 동시에 활용해 작업하는 기술들이 개발돼 적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애플의 연속성(Continuity) 기술로, 전화, 문서작업, 이메일, 통신 등이 자연스럽게 PC, 노트북, 스마트폰, 스마트 패드에서 연결돼 어디서나 동작하게 제공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으로 향후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다. 예를 들면, TV를 시청하면서 동시에 스마트폰, 스마트패드로 방송중인 콘텐츠와 관련된 부가정보를 제공받거나 스마트폰 또는 스마트패드를 스마트TV의 지능형 리모컨이나 모션 컨트롤러로 사용할 수 있다.

또 여러 사용자가 함께 스마트TV 등을 통해 동일한 장면을 바라보며, 개개인이 소유한 스마트폰으로 자신에게만 제공되는 장면을 보는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이와 같은 일이 가능하기 위해 단말, 운영체제(OS), 플랫폼에 상관없이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줄 수 있는 신뢰도(believability) 기반의 서비스 기술에 대한 필요성도 대두됐다. 그리고 신뢰성 있는 서비스를 위해서는 사용자의 상황(Context)과 의도(Intention)를 파악하는 기술의 정교함이 요구된다. UI·UX 기술은 사용자의 의도를 순환과정 속에서 인식하기 위한 의도인식기술, 그리고 이를 다양한 장치를 활용한 환경에서 제공하는 출력기술, 입력 및 출력과정에서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적응적 인터페이스 기술, 그리고 서비스 및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에서 제공하고 공유하기 위한 다중 플랫폼 공유기술 및 이러한 프로세스를 기획하고 디자인하기 위한 인터랙션 디자인 기술로 분류된다.

사진= ‘구글 나우’ 화면

●의도인식기술=의도인식기술은 현재의 상황과 사용자의 행위, 음성, 동작, 표정변화 및 기타 생체신호 등을 기반으로 서비스 사용자의 목적을 추론하는 기술을 말한다. UI·UX 기술의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로, 이 기술의 정교함이 서비스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개인비서 서비스는 의도인식기술을 활용한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 중 하나이다. 애플의 ‘시리(Siri)’를 비롯해 대부분의 업체들이 제공하는 개인비서 서비스는 음성인식을 핵심 UI로 채택하고,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해 사용자의 이용형태를 분석해 사용자 개인의 의도에 맞는 최적의 답변이나 동작을 하는 형태이다.

최근 발표된 구글의 ‘구글 나우(Google Now)’ 서비스는 이보다 발전해 사용자의 요구에 대해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이 아닌, 사용자의 관심사와 평소 이용형태 등의 콘텍스트를 반영해 개인화된 서비스를 능동적으로 제공하는 형태다. 앞으로 사용자 의도인식기술은 다양한 콘텐츠와 사용자 의도가 고려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과 다수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한 기술로 확장될 것이다. 그 기저에는 추론을 위한 정보를 갖는 클라우드 및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이 자리하고 있다.

●적응적 인터페이스=적응적 인터페이스 기술이란, 사용자의 의도 및 상황과 다양한 기기들의 입·출력 조건에 따라 콘텐츠의 데이터 표현 및 레이아웃, 사용자와의 상호작용 방법 등을 다르게 제공하는 기술을 말한다. 대부분의 모바일 서비스 업계에서 사용됐던 정보변환기술의 수준은 사전에 각 디바이스 별로 주어진 성능 요소에 따라 해상도 등의 단순하고 단일한 모달리티(modality) 정보를 변환해 전달하는 수준이다. 이 경우 다수의 디바이스를 사용해 동적 서비스를 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사용자의 상황이나 의도에 따른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사용자의 선호도나 디바이스의 상호작용 제공수준에 따라 상호작용 방법을 최적화해 제공하는 기술의 대표적인 예로는 워드 프로세서 등에서 구 버전이나 타사 소프트웨어의 메뉴, 핫키(Hot Key) 등을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제공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다중 모달리티 출력=다중 모달리티 출력기술은 한 가지 일을 위한 입력을 사용자 기호에 맞는 다양한 방법으로 또는 다양한 기기를 이용해 출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멀티모달은 다수의 모달리티로 사람의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등 각각의 감각채널을 모델링해 기계장치로 전환된 채널이다. 또 각 모달리티를 종합해 교류하는 것을 멀티모달 상호작용(multimodal interaction)이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기술은 다중 기기를 사용해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할 때 각각의 기기가 해당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한 최적의 상태로 동기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클라우드 컴퓨팅 및 IoT와 같은 기술의 바탕 위에 플랫폼에 중립적이며 상황에 적응적인 서비스가 구현돼야 한다.

모달리티 변환(modality conversion 혹은 trans-modality)은 동일한 서비스를 다양한 모달리티를 통해 출력할 때 사용자가 느끼는 경험의 강도가 동일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기술이다. 격렬한 운동이나 장애 등 환경적, 신체적 결함에 의해 시각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해 보자. 시각적 디스플레이 대신 촉각 또는 청각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색상, 음영 등을 강도, 소리의 크기 등으로 표현했을 때 사용자가 색상이나 음영의 차이를 명확하게 느낄 수 있도록 변환하는 기술이다.


●다중 플랫폼 공유=다중 플랫폼 정보 공유 기술이란 다중 기기 및 플랫폼을 통해 동시 또는 연속적으로 하나의 서비스(또는 콘텐츠)를 출력할 수 있도록 플랫폼 간에 일관성 있는 정보 유지 및 공유가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초기 다중 플랫폼 공유기술로 사용자가 이종 플랫폼 상에서 다수의 디바이스를 동시에 혹은 시간의 간격을 두고 사용하고 있을 때, 동일 서비스·콘텐츠를 끊김 없이 (사용자의 경험 측면에서) 제공하기 위한 기술이 개발돼 왔다. 이를 위해 세션의 관리와 이동성, 그리고 콘텐츠의 적응화 등의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이와 함께 이종 플랫폼을 사용하는 다수의 사용자가 동일 서비스를 동시에 혹은 시간적 간격을 두고 사용할 때, 서비스 경험을 최적화해 제공함으로써 사용자간의 협업을 원활하게 하고 콘텐츠의 전달을 통한 이종 플랫폼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인터랙션 디자인=인터랙션 디자인이란 사용자 행위에 대해 시스템이 어떤 반응을 하는지를 전반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을 말한다. UI·UX 측면에서는 주로 사람, 제품, 서비스 사이에 벌어지는 상호작용을 조정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동일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 정보를 어떤 순서와 방식으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사용자가 느끼는 사용성이나 유용성, 그리고 감성이 달라진다. 가장 이상적인 인터랙션 디자인은 사람들이 시스템을 사용한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무의식적이고 자연스러운 인터랙션을 위해서는 ‘플로우(Flow)’와 ‘투명성(transparency)’이라는 특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플로우란 어떤 행동이 깊이 몰입된 상태를 뜻하며, 실제 일(글쓰기, 디자인 등의 업무)의 생산량을 높이는 데 큰 효과가 있다.

투명성이란 사용자를 기능적으로 충분히 지원하되, 사용자를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 시스템 특성을 말한다. 이러한 특성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용자 모델과 상호작용 프로세스에 대한 연구가 뒷받침 돼야 한다.이를 위한 전통적인 방법에는 사용자 평가를 통한 모델링 방법이 있으며, 최근 개별 사용자 뿐만 아니라 집단의 구성원과 집단 전체의 의도를 반영할 수 있는 모델을 정립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상호작용 프로세스를 위해서는 주로 스토리보드와 스토리텔링 기법이 이용된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실제로 구현됐을 경우 그것이 어떻게 행동할지 스토리보드를 통해 구상해보고, 그 과정에서 시스템의 세부적 인터랙션 요소를 스토리텔링으로 도출해 내는 방법이다.

UX 기술은 사용자와 서비스, 그리고 장치를 포괄하는 종합기술이며, 특히 개별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주관적이며 동적인 상황을 다루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개별 기술요소가 사용자 중심 서비스 디자인, 기획과 연계돼 선택·개발되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은 앞으로 더욱 동적으로 개인화 되는 과정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와 함께 IoT 및 웨어러블(Wearable) 컴퓨팅 기술의 발전으로 다수의 장치와 사용자를 연계해 연결되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구현하기 위한 기술이 활발히 개발되고 적용될 것이다.

자동차 등으로 UX 적용 확산
UI·UX 시장은 스마트 기기의 확산과 함께 크게 성장하고 있으며, 1960년대 배치처리 기준의 단순 인터페이스에서 1970년대 게임기 및 PC 등을 대상으로 한 단일 사용자를 위한 UI, 1980년대의 그래픽 UI, 1990년대의 적응형 UI, 그리고 2000년대의 스마트 디바이스에 대한 UX의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2010년대 들어 UX 적용은 전통적 산업 분야로 확산되고 있으며, 스마트 TV, 스마트 냉장고 등의 스마트 가전에서 자동차(센터페시아 등), 미디어 보드 등 다양한 디바이스·장치를 대상으로 확대돼 가면서 시장규모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미 국내에 십 수개의 UXD 전문 업체들이 시장을 키워나가고 있으며, 해외의 경우 그 시장규모는 단일 계약이 10억 달러 수준에 달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글 김형석 건국대학교 인터넷미디어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