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잇딴 폐업…내용 알고 보니

지난해 삼성전자서비스 광명해운대서비스센터 폐업 공지문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의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6월 삼성전자서비스의 지역 협력사 사장들을 대신한 경영자총연합회(경총)과 협력사 노조원들을 대신한 금속노조 협상단이 논의 끝에 임금수준, 근로조건 등을 담은 ‘기준 단체협약(이하 단협)’이 채 반년 만에 무색하게 됐다.


◇42일 연속 파업에 진주 협력사 문닫아=지역협력사 사장들과 조합원들간의 갈등으로 인해 지난해와 올해까지 6개의 서비스 협력사가 문을 닫았고, 일부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문을 열다.

현재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는 전국적으로 109곳(진주 협력사 영업 재개 시 110곳)이다. 지난해 3월 부산 해운대, 경기 이천, 충남 아산 등 3곳이 한동안 폐업했다.

한 지역 협력사 사장은 “노조에 가입한 직원들은 1년에 수십 차례 금속노조 주최 집회에 나간다. 고객 서비스 민원은 이와 관계없이 매일 들어온다. 남아있는 직원들과 정상적으로 협력사를 운영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경기 이천은 5월 8일, 충남 아산은 8월 6일, 해운대는 9월 2일 우여곡절 끝에 다시 문을 열었다.

진주·마산 지역 협력사는 지난해 10월 6일과 올해 1월 1일 각각 폐업신고를 했다. 서수원지역 협력사는 내달 11일 문을 닫을 예정이다. 지난해와 올해에만 6개 지역 협력사가 폐업했고, 다른 사업자들이 이를 인수해 재개업했다.

지난해 4월 성실근무 이행 합의서를 가장 먼저 맺었던 진주 협력사는 같은 해 5월 2일부터 7월4일까지 42일 연속 파업하자 결국 작년 10월 6일 폐업했다. 또 마산 협력사는 같은 해 5월 26일부터 7월4일까지 28일 연속 파업을 해 올해 1월 2일 문을 닫았다.


협력사 사장들은 일부 노조원들이 금속노조 연대파업 일정에 대부분 참석하고 이로 인해 결근이 장기화되면서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웠다고 주장한다.

◇채용공고에 1차 지원 않고 100% 고용 승계 요구=금속노조는 진주, 마산에서 근무했던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전원 복직을 주장한다. 박성주 금속노조 경인 부지회장은 지난 19일 상경 시위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100% 고용승계만이 협상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협력사 사장들의 주장은 다르다. 마산 협력사가 문을 닫자 인근 창원협력사가 이를 인수하면서 1차 채용공고를 했으나 마산협력사의 노조원들은 채용지원을 하지 않았다는 것.

이에 따라 1차 채용 후 부족한 인원에 대해 2차 채용공고를 했고 이 때 폐업한 마산 협력사 노조원들이 전원 고용을 승계하라고 주장했으나, 일부만 고용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또 진주 협력사가 문을 닫자 인근 거창 지점에서 이 지역 서비스 협력사로 나서기로 했다. 이때도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아직 설립도 되지 않은 회사의 채용에 개입했다. 지회는 거창 협력사 사장에게 1월 19일 예정된 신규채용 면접과 관련 '신규채용 면접일시 연기 협조요청' 공문을 발송해 면접을 22일로 연기토록 요구했다.

이 같은 면접연기 요청은 한차례 더 이뤄져 23일의 면접을 28일과 29일로 연기토록 하는 한편, 노조원들의 면접을 한날한시에 볼 수 있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이같은 행위는 아직 설립되지 않은 회사의 인사와 노무에 개입하는 '제3자 개입금지' 논란의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6월 20일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조원들의 노숙투쟁.

◇임금 100만원도 안된다는 주장에…=노조는 월급이 100만원이 안되는 직원들도 있고 토요일 근무도 강요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협력사 사장들은 이런 주장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한 지역 협력사 사장은 “노조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여름철은 한 해 업무량이 가장 많은 시기다. 일부 노조원은 성실근무 협약을 무시한 채 태업 투쟁에 동참해 남아있는 직원들의 업무량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오전 10시까지 약속된 수리일정을 오후 2~3시로 미루거나, 현장방문 서비스는 단 1건도 안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했다. 특히 임금이 100만원도 안 된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경총과 금속노조가 합의한 단협안에 책정된 기본급만 해도 120만원이다. 이에 더해 현장 수당(건당 2~3만원)이 더해질 경우 월 200만~300만원은 보장된다는 설명이다.

최종국 ㈜창원서비스 사장은 “저희 지점 소속 직원 연봉은 약 2800만원에서 6000만원까지 다양하다. 급여가 100만원 미만인 직원은 단 한명도 없다. 정상적으로 일을 했는데 최저임금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범죄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단체협상은 개별협력사 문제…고용 승계보장 없었다=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삼성전자서비스가 지난해 6월 28일의 합의를 무시하고, 고용승계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기본합의 당시 어디에도 100% 고용승계보장의 합의 내용은 없었으며, 계약의 합의 당사자도 삼성전자서비스가 아닌 개별 협력사여서 삼성전자서비스의 직접 개입여지가 없다. 개입할 경우 노동법에 저촉되는 문제가 있다.

기준단협은 금속노조위원장과 협력사로부터 위임받은 경총 노사대책본부장이 맺었고, 세부 단협안은 금속노조 각지부와 개별 협력사 사장간에 이뤄졌다.

이 세부 단협안 중 해운대, 이천, 아산 등 당시 폐업한 3군데 조합원은 이를 인수하는 협력사에서 우선 고용토록 하자는 것이 개별적으로 이뤄졌다. 각 협력사 내에서 개별적으로 합의한 내용을 진주와 마산지점에도 당연히 적용되는 것으로 오도하고 있다는 게 다른 협력사 사장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