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이 금값을 움직인다

금 가격이 5개월만에 1300달러를 웃돌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금값이 반등세를 보이자 금 펀드, ETF(상장지수펀드)의 단기 수익률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금값이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펀드IR 기사 자세히보기

◇금펀드·ETF 단기 수익률 '쑥'=26일 미국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은 지난주 1.2% 상승하며 온스당 1292.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2일에는 금 선물가격이 1300.70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금 가격이 1300달러를 돌파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다.

금 투자자들은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신한BNPP골드1(A)와 IBK골드마이닝자(A)의 1주 수익률은 9%를 웃돌고 있다. 최근 1개월 수익률도 각각 16.61%, 19.01%에 달한다. 국내에 상장된 금 ETF인 KODEX 골드선물(H) (14,465원 ▼60 -0.41%)도 같은기간 1주 수익률이 4.83%, 1개월 수익률이 8.17%를 기록했다.


자금도 유입추세다. 블랙록월드골드(H)(A)는 지난해 순유입액이 2억원에 그쳤지만 이달에만 8억원이 들어왔다. 신한BNPP골드1(A), 이스트스프링골드리치특별자산(A)도 각각 4억원이 순유입됐다. 지난해 연간 유입액이 19억원, 13억원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할 때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값은 2011년까지 고공행진을 지속하다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직격탄을 맞고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 금 펀드들의 2~3년 장기 수익률도 -20~-50%로 큰 손실을 입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강해지면서 금값은 2011년 9월 1900달러까지 급등,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미국이 테이퍼링에 들어가면서 시중에 유통되는 달러의 양을 줄어들자 달러 강세와 함께 금값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금과 달러는 안전자산 대체제로 서로 역관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2013년 금값은 28.65% 급락해 '금패신화'의 종지부를 찍었고 지난해에도 금값은 1100~1300달러대에서 움직였다.


◇歐 양적완화 VS 美 금리인상=지난 2년간과 달리 최근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금값이 상승하는 이유는 글로벌 경기 부진에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기피하고 있는데다 시중에 자금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로 돈은 풀리는데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자금들이 금에 몰리는 것이다.

금값 상승에 시동을 건 것이 유럽중앙은행(ECB)이다. ECB는 지난 22일 올해 첫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오는 3월부터 내년 9월까지 국채 매입 등을 통해 매월 600억유로(75조5000억원)씩 총 1조1000억유로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ECB에 자극을 받은 일본중앙은행(BOJ)이 자산매입을 지속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경하 동부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의 1차 저항선은 온스당 1320달러 부근에서 형성될 것"이라면서도 "저항선인 1320달러를 뚫고 올라갈 경우 기존 숏 포지션(금값 하락에 베팅) 청산과 함께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문일 유진투자선물 연구원도 "ECB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유동성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올해 금값은 지난해 연고점 수준인 1380달러를 웃돌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되고 있어 달러 강세는 주의해야 하는 요소다. 김 연구원은 "달러 강세와 유동성 증가 중 어느 요소가 우위를 보이느냐에 따라 금값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며 "각국이 경쟁적으로 통화정책을 확대하면 미국이 금리를 대폭 올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