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질주하는 코스닥, 전망은 엇갈려

코스닥지수가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연일 전고점 경신기록을 이어가는 코스닥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는다.

23일 코스닥은 전일 대비 1.88% 오른 589.31을 기록, 2008년 6월30일 590.19 이후 79개월래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이날 강세는 전일 전격적으로 발표된 ECB(유럽중앙은행)의 대규모 양적완화와 관련이 있다. 이날 코스닥은 코스피와 더불어 동반강세로 마감했다. ECB는 시장규모를 크게 웃도는 1조1400억유로 규모의 양적완화를 올 3월부터 내년 9월까지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1월 중소형주 강세효과'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지만 현재의 활황세는 다소 특별하다. 을미년 새해 들어 이날까지 16거래일간 코스닥시장 거래대금 합계는 43조5600억원으로 지난해 1월 전체 거래대금(33조1068억원) 대비 31.57% 웃돌았다. 한 주 더 지난 후 시점에서의 증가율은 훨씬 더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시장의 강세는 최근 1개월여 기간 가파르게 진행됐다. 현재의 코스닥은 지난해 12월18일(527.52) 대비 11.71%, 지난해 연말(542.97) 대비 8.5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을 각각 9.68%포인트, 7.46%포인트 웃돈 수준이다. 이 기간 기관은 5815억원을 순매수, 코스닥 상승을 견인하는 주요 주체로 떠올랐다.

코스닥이 단기간 급등,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올라서며 증권가에서도 현재 코스닥이 고점수준에 다다른 것은 아니냐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ECB 양적완화로 글로벌 유동성이 늘어나면 2009년 이후 3차례에 걸친 미국의 양적완화나 2012년 ECB의 LTRO(장기대출프로그램) 때처럼 대형주 위주의 코스피시장이 주목받고 반대급부로 중소형주 위주의 코스닥시장이 소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시장 신용잔고 금액이 사상 최대규모인 2조7000억원 수준까지 올라 2007년 고점인 2조3000억원 수준을 넘어섰고 지난해 초와 비교할 경우 1조원 가량 늘었다"며 "중소형주 투자심리 과열시그널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코스닥시장은 최근 2년간 500~580 박스권에서 등락이 반복됐고 4차례 박스돌파를 시도할 당시의 고점은 박스권 상단인 580선에서 제한되곤 했다"며 "현재 지수레벨을 고려해보면 추가상승보다 하락확률이 높다"고 우려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한국증시가 수급이 풍부한 상황이 아닌 상황인 데다 ECB 양적완화로 대형주가 유망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기대될 때는 밑돌 빼서 위로 올리는 수급이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최근 고점에 다다른) 중소형주에 대한 차익실현 움직임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ECB 변수에도 불구하고 대형주 대비 중소형주가 더 나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중소형주가 가격부담을 이유로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더라도 이내 추가로 반등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들은 대형주가 낙폭과대로 인한 가격메리트는 다소 생겼을지 몰라도 여전히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요섭 대우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시장을 구성하는 주요종목들은 소프트웨어, 모바일게임, 핀테크 등 (대형주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환율 등 변수와 무관하게 글로벌 영토를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유럽발 자금이 풍부하게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상당기간이 지나야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 대형주에 비해 당장 실적이 나타나고 있는 우량 중소형주로 자금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정우 삼성증권 연구원도 "코스닥이 단기고점 돌파에 따른 부담감이 남아있어 기간조정(가격폭조정이 아닌 현수준이 일정기간 유지되는 조정)을 거칠 가능성은 있다"며 "그럼에도 올해 내내 코스닥 주요종목의 주가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정책들이 잇따라 예정돼 있어 코스닥이 추가로 반등할 기회는 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