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소장펀드 세제혜택 늘려야 중산층 산다"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자본시장에 우호적인 세제지원’(69%, 복수응답)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것은 침체된 자본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장 참여자 확대가 절실하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시장의 참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세제지원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진단이다. 아울러 자본시장이 산업의 윤활유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금융투자 분야에 대한 세제혜택이 은행이나 보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금융투자업 세제혜택 늘려야 중산층이 산다=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 중에서는 ‘ISA, 소장펀드 등 세제혜택 상품 확대’(50%)와 ‘파생거래 양도세 완화 또는 제고’(47.62%)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금융투자업계는 은행이나 보험사에 비해 세제 측면에서 불리한 대우를 받아온게 현실”이라며 “장기적인 투자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인센티브 성격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CEO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세제혜택 금융상품은 은행권 위주고 보험권에도 별다른 가입 조건 없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장기저축성보험과 즉시연금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금융투자업계의 경우 소득공제 장기펀드(소장펀드)밖에 세제혜택 상품이 없는데 그나마도 가입조건이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인 근로자로 제한돼 엄격하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에 도입이 예상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는 펀드 등 투자자산에 대한 세제상 유인을 높게 설계해 자본시장 저변을 확대하는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실시되는 파생거래 양도세 부과와 관련, 한 증권사 CEO는 ”양도세를 통한 세수 증대 효과보다 거래 위축으로 인한 세수 감소가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밖에 주식거래세 인하(33%), 해외펀드 과세 완화(28%), 연기금 차익거래 과세 완화 및 폐지(26%) 등을 지목하는 CEO들도 많았다. 국내 증권거래세(0.3%)가 싱가포르(0.2%), 중국(0.1%) 등 아시아 주요 시장과 비교해 높아 인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한 자산운용사 CEO는 “저금리 장기화와 중산층 붕괴로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해외펀드에 대해서도 세제혜택을 부여해 중산층 가계의 자산 배분 다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본시장 활력 높이려면 파생규제 완화해야= 파생시장 규제 완화(42.86%)에 대한 응답이 두번째로 많았던 것은 파생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됨에 따라 현물시장의 거래까지 타격을 받아 증권사 수익이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CEO는 “주식워런트증권(ELW) 호가 제한과 옵션 승수 인상 등으로 파생거래가 급속도로 줄었다”며 “파생상품 거래에 양도소득세마저 부과되면 그나마 투자 리스크 헤지 수요마저 중국 등 해외로 빠져나가 파생시장이 걷잡을 수 없이 쪼그라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파생시장 축소에 따라 현물거래 위축과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생시장 규제와 관련 금융투자업계 CEO들은 ‘개인투자자의 시장 참여제한 완화’(62%)와 ‘선물옵션 예탁금 규제완화’(43%)‘를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개인투자자 보호를 명목으로 최소 500만원이던 예탁금을 2000만원으로 올리고 신규 투자자는 30시간의 사전교육과 50시간 이상의 모의거래에 참여해야 선물거래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CEO는 “개인투자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현재 제도는 파생시장에서 개인들을 퇴출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국내 파생투자자들의 눈을 해외로 돌리게 해 국부유출은 물론 오히려 더 큰 위험에 개인투자자들을 노출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증권사 CEO도 “개인투자자의 무분별한 파생시장 진입과 투기 과열 방지를 목적으로 ‘적격 개인투자자 제도’를 도입해 문턱을 높였지만 레버리지에 대한 욕구가 강한 개인투자자들은 해외 선물옵션시장으로 이동하거나 대여계좌를 통해 불법 매매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옵션거래 승수 인하’(38%)와 ‘파생상품 손실 이월공제 허용’(21%)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영업과 운용의 폭 넓히고 과도한 보수 인하 자제해야=‘영업용순자본비율(NCR) 적용 기준 완화’(31%), ‘사모펀드 운용규제 완화’(28.57%), ‘연기금의 낮은 보수 개선’(28.57%) 등 금융투자회사의 영업과 운용 행위 관련 요구도 30% 안팎의 높은 응답률을 나타냈다. 한 자산운용사 CEO는 “사모펀드에 대한 운용 규제를 완화하면 고액자산가의 자본시장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며 “사모펀드가 투자한 기업의 가치가 올라가고 과도한 안전자산 선호 경향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우려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공시의무를 부과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 증권사 CEO는 “외국에 비해 국내 기관들은 자산 운용 수수료가 현저하게 낮은데 이는 정부의 간섭 때문”이라며 “(연기금의) 고객 이익을 도모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너무 낮은 보수는 금융투자업계 전체를 침체시키고 서비스 품질을 저하하는 부작용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 연기금이나 국부펀드가 국내 금융투자회사에 자산을 맡길 때 국내 연기금의 낮은 보수를 거론하며 덩달아 보수를 깎으려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의 시장친화적 검사 및 제재’(23.81%)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 증권사 CEO는 “당국이 불공정거래에 대해 무리하게 조사해 처벌하려는 움직임이 펀드매니저 등 시장 참여자의 동기 부여를 해치고 이직까지 결심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불공정거래에 대한 정의와 사례 분석 등 감독당국의 명확한 가이던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사하고 제재할 것은 하되 누구나 알 수 있는 객관적이고 명확하고 투명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 금융투자업 차별 해소돼야=자산관리(WM) 활성화를 고려한 제도적 지원을 요구하는 제언도 나왔다. 한 증권사 CEO는 “동양그룹 사태와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 방향은 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금융투자상품을 거의 은행 예금 수준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며 “이 결과 주식시장의 거래대금이 감소하고 거래 수수료율이 떨어지면서 자산관리시장까지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법으로 건전한 장기 투자 문화 확산과 세제 지원을 통한 증권시장 참여자 확대 정책이 요구되며 동시에 고객과 접점을 넓히기 위해 금융투자상품의 방문판매를 허용하는 ‘방문판매법’ 개정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자업이 차별받고 있다고 있다는 인식도 팽배했다. ‘금융투자업이 은행과 보험 등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되거나 차별을 받는다고 느끼느냐’는 질문에 금융투자업계 CEO 절반 이상인 52%가 ‘그렇다’고 답했다. ‘조금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도 41%에 달했다. 전체 CEO 가운데 93% 가량이 차별을 느낀다는 인식이다. 그렇지 않다는 답변은 7.14%에 불과했다. 구체적인 차별 사례로는 은행권의 금융투자 확대 움직임과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 제한 및 외환 취급 제한 등을 꼽았다.

한 증권사 CEO는 “은행의 장내외 파생시장 진입 등 은행에 위험을 인수하는 중개업무까지 허용하는 것은 과도한 업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사 CEO는 “은행권이 지급결제시스템의 불안정성을 이유로 증권사의 법인지급결제를 반대하고 있지만 이미 개인 대상의 소액결제에서 안정성이 충분히 검증됐다”며 “자본시장법이 허용하는 증권사의 법인 지급 결제를 아직까지 막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 설문에 참여해주신 금융투자업 CEO=강대석 신한금융투자 대표, 강신우 한화자산운용 대표, 고원종 동부증권 대표,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대표, 권순학 미래에셋자산운용 투자솔루션부문 대표, 권용원 키움증권 대표, 김신 SK증권 사장, 김영호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 김원규 NH투자증권 대표, 김해준 교보증권 대표, 김혁 KTB투자증권 대표,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 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대표, 박래신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 박재식 한국증권금융 사장, 변재상 미래에셋증권 대표, 서명석 유안타증권 대표, 서상철 KDB자산운용 대표, 서재형 대신자산운용 대표, 서태환 하이투자증권 대표, 신성호 IBK투자증권 대표, 오재환 동부자산운용 대표, 원종석 신영증권 대표 ,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대표, 윤용암 삼성증권 대표,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대표, 이태재 NH-CA자산운용 대표, 이희권 KB자산운용 대표, 장승철 하나대투증권 대표,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 전평 부국증권 대표, 정연대 코스콤 대표, 조용병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 조재민 KTB자산운용 대표,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대표,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 허필석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 홍성국 KDB대우증권 대표, 홍원식 이트레이드증권 대표(이상 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