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키우는 허술한 외부 마감재 기준, 정비될까

최근 주거용 건물에서 잇따라 화재사고가 발생하면서 화재 확산의 주범으로 꼽히는 '건축물 외부 마감재'에 대한 개념과 기준을 재정립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법에서 규정하는 외부 마감재 기준은 사실상 화재 확산 방지에 실효성이 없는 만큼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한다는 지적이다.

27일 정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건축법 및 건축법 시행령을 통해 △30층 이상 건축물, △상업지역 내 다중이용업(바닥면적 2000㎡ 이상) 용도의 건축물, △공장으로부터 6m 이내 위치한 건축물은 불에 타지 않는 '불연재료'로 외부 마감재를 사용토록 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0년 부산의 주상복합건물인 골든스위트에서 발생한 화재 이후 개정, 강화된 것이다.


현행법에서는 건축물 외부 마감재를 외벽을 감싸는 외피로 국한해 지칭하고 있다. 골조 위에 콘트리트가 올려지고, 그 위에 다시 스티로폼 등 단열재를 시공한 후 최종적으로 대리석이나 강판, 유리 등 마감재를 붙여 완공하는 외단열 공법 적용 건축물을 기준으로 본다면 대리석, 강판, 유리 등이 외부 마감재가 되는 셈이다.

여기에 현행법의 허점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화재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화재 확산의 주범으로 꼽히는 스티로폼 등 가연성 단열재에 대한 기준은 전무한 채 외피의 재료만을 규제하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달 초 화재 사고가 발생한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는 가연성 자재인 스티로폼 단열재를 사용한 외단열 공법으로 지어져 피해규모가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외단열 공법을 적용한 건물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더욱 큰 피해가 초래된다.


하지만 건축물 외부에 단열재를 시공해 마감하는 외단열 공법은 건물 내부에 단열재를 시공하는 내단열 공법에 비해 단열 성능이 우수할 뿐 아니라 최근 건축물 에너지 절감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방향에 따라 각광받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행 건축물에서는 층간 단열을 위해 대부분 스티로폼 등 가연성 자재를 사용한다"며 "이 경우 불연자재를 사용해 건물 외피를 마감했다고 하더라도 화재가 확산되는 걸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부 마감재의 개념을 외피재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단열재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향으로 재정립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최근 법 개정을 위한 논의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를 위해 최근 국토교통부는 관련 협·단체 및 학계 전문가를 불러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전문가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청취한 결과를 취합해 법 개정을 위한 논의에 착수한 상황"이라며 "다음달 정도면 대략적인 윤곽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