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급락, 한국 전자기업 수익성도 '빨간불'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유로화 가치가 2003년 9월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국내 전자업계도 '수익 악화'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 국내 전자기업의 유럽지역 영업 담당자는 26일 "유로화 환율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며 "영업이익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느껴질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원자재 구매는 주로 달러화를 기반으로 결재하고 있고, 달러는 환리스크를 헷지할 도구들이 많이 있어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며 "그러나 유럽지역에서 판매하는 물량은 대부분 유로화로 결재하는데, 통화 가치 급락으로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을 가격에 반영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부품보다 큰 폭의 가격 변경이 어려운 세트(완성품)쪽의 타격이 클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전자업체들의 유럽 지역 매출 비중은 전체의 10~20% 수준으로 최근에는 축소되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76,300원 ▼2,300 -2.93%)는 전체 매출(별도 기준)에서 유럽 지역 비중이 2012년 22.1%에서 2013년 21.2%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9월 말까지 누적 기준으로 15.9%까지 낮아졌다.

LG전자 (90,600원 ▼1,600 -1.74%)도 연결 기준으로 2013년 11.3%에 달했던 유럽 매출 비중이 지난해(1~3분기 누적기준) 10.6%로 내려앉았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 경기에 대한 기업들의 불안감과 수요 위축이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유로화 가치 하락이 일방적으로 악영향을 주는 것만은 아니다. SK하이닉스 (170,600원 ▼9,200 -5.12%)는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유로화 가치가 10% 하락 시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이 102억7300만원 늘어난다고 밝혔다. 유로화 자산이 600만유로에 불과한 반면, 유로화 표시 부채가 8300만유로에 달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이 같은 유로화 급락이 우리 전자업체들에게 단기적으로 '악재'로 작용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대규모 양적완화에 따른 유로화 가치 하락으로 국내 수출기업들의 매출 감소 및 환손실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유로화 약세가 유로존 국가들의 구매력 저하로 이어진다면 대유럽 수출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그러나 유럽경기 부양효과가 발생할 경우 반도체, 휴대폰 및 TV 등 유럽 수출 비중이 높은 관련품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유럽경기 회복으로 국내업체들의 유럽향 수출 물량 증가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