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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워지고 판 커진 미술품 경매…'낙찰총액 1000억' 어게인

2015년 미술시장 전망…'온라인·중저가·아트테크' 3대 키워드 "젊은 작가 세계진출 고민"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 양승희 기자 |입력 : 2015.01.28 05:23|조회 : 5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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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외 미술품 경매사들이 온라인 경매, 중저가 미술품 판매 등 대중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옥션
최근 국내외 미술품 경매사들이 온라인 경매, 중저가 미술품 판매 등 대중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옥션

“3, 2, 1. 마감하겠습니다.(짝짝짝)” 10분 이상 치열한 경합 끝에 박서보의 ‘묘법 No.211-85’이 최종 낙찰되는 순간,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지난달 16일 서울 신사동 K옥션 사옥에서 열린 마지막 경매 현장에 미술품 애호가 수백 명이 몰렸다.

특이한 건 ‘애호가’나 ‘부호들’ 뿐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참여가 부쩍 늘었다는 것. 한 회사원은 “미술품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접할 기회는 전보다 더 많아진 걸 느낀다”면서 “내가 살 수 있는 적정가의 품목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았다”고 했다.

정치인의 불법 비자금 조성 창구라는 부정적 이미지의 미술품들이 최근 대중 곁으로 바짝 다가서며 이미지 쇄신을 노리고 있다. 미술품 경매 업체들은 특권층이 아닌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온라인 경매에 주력하거나 중저가 미술품을 거래하는 등 거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정부도 미술품 저변 확대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발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9월 ‘미술진흥 중장기 계획’을 내놓으며 오는 2018년까지 미술시장을 현재보다 60% 커진 6300억원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미술품 거래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시스템 ‘한국형 아트프라이스’를 구축하고 거래정보, 미술시장 경향 분석, 작가 분석 등 다양한 콘텐츠를 구비해 국어·영어·중국어 등 3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 시장 34.8% 급상승…2008년 금융위기 이전 1000억대로 회복세

쉬워지고 판 커진 미술품 경매…'낙찰총액 1000억' 어게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지난해 ‘서울옥션’ ‘K옥션’ ‘아이옥션’ 등 국내 주요 미술품 경매사 8곳의 실적을 집계한 결과, 총 85회의 경매에 1만3822점이 출품돼 8828점(63.9%)이 낙찰됐다. 낙찰총액은 970억7300만원으로 지난해(720억700만원)보다 34.8% 상승했다.

이는 2008년(1155억원)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전문가들은 2008년 이후 세계 금융위기와 미술품 경매에 대한 부정적 시선 등으로 위축됐던 미술품 경매 시장이 다시 낙찰총액 1000억원에 육박하는 등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낙찰총액 기준으로 작가를 살펴보면 김환기가 100억7700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이우환(87억 6300만원), 김창열(34억5800만원), 오치균(29억27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쿠사마 야요이(일본), 로이 리히텐슈타인(미국)이 1, 2위를 차지했던 2013년 결산과 비교했을 때 국내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 돈 있는 자산가? 20~40대 젊은 층도 미술경매에 참여한다

최근 경매시장의 주목할 만한 트렌드로 ‘온라인 경매’가 꼽힌다. 지난해 초 세계 경매시장 양대 산맥인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온라인 경매 비즈니스 강화 전략을 발표한 이후 온라인 경매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온라인 경매의 장점은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 현장을 찾지 않고 손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과 회원 가입만 하면 응찰 자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 10만원대부터 억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격대 작품이 출품돼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서울옥션과 K옥션이 지난해 온라인 경매 사업에 본격적으로 힘을 기울이면서 미술 시장의 파이를 키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이비드 나우(eBID NOW)’를 론칭한 서울옥션은 세 차례 진행한 온라인 경매를 통해 22억7421만원의 실적을 올렸다. 2006년부터 온라인 경매를 진행해온 K옥션의 경우 지난해 7차례 경매를 통해 28억5443만원의 판매실적을 기록해 자체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올해에도 매달 온라인 경매를 열 계획이다.

온라인 경매가 진행되기 전 작품을 직접 눈으로 감상하고 따져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사진제공=서울옥션
온라인 경매가 진행되기 전 작품을 직접 눈으로 감상하고 따져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사진제공=서울옥션

손이천 K옥션 차장은 “온라인 상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미술품에 대한 수요도 인터넷 기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온라인 경매 횟수가 늘어나고 선보이는 작품도 다양해지면서 경매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저가 미술품 경매가 활성화하는 것도 대중화 노력의 일환. 오프라인 메이저 경매의 경우 구매력이 큰 50, 60대가 주 소비층이었다면, 중저가 온라인 경매에는 20~40대 젊은 소비층이 많이 참여한다.

서울옥션은 500만원 안팎에서 낙찰가가 정해지는 경매 초보자를 위한 경매 ‘마이 퍼스트 컬렉션’을 28일 서울옥션 강남점에서 개최하며, K옥션도 150만원 이하 작품 위주의 온라인 경매를 2월3일까지 연다. 김현희 서울옥션 기획마케팅팀 팀장은 “처음이 어렵지 한번 경매를 시작하면 지속적인 참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작품 구입을 위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의 취향을 확인해볼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술품=부자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약해지면서 중산층들의 참여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이를 계기로 미술품이 가치가 아닌 가격의 의미로 ‘소비’되고 있는 양상이다. 부동산이나 주식 위주의 투자 패러다임이 미술품 구매 등 이른바 ‘아트테크(아트+재테크)’로 다변화하고 있는 것. 여기에 저금리 시대 ‘대안투자처’로서 미술품이 새로 각광받고 있으며 인테리어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들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 국내 젊은 작가들의 ‘해외 진출’ 통로 만들어야

100만원 내외의 자금으로도 참여할 수 있는 '중저가 경매'는 20대 학생부터 30~40대 직장인까지 젊은 소비층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K옥션<br />
100만원 내외의 자금으로도 참여할 수 있는 '중저가 경매'는 20대 학생부터 30~40대 직장인까지 젊은 소비층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K옥션
지난해 홍콩 메이저 경매에서 이우환의 ‘선으로부터’가 1369만 홍콩달러(한화 약 18억900만원), 김환기의 ‘무제 25-Ⅴ-70 #173'가 731만 홍콩달러(한화 약 10억5000만원)에 낙찰되는 등 10억원 이상 고가에 거래되면서 한국 작가들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 유명 작가들을 뒤이을 젊은 작가들은 거의 전무한 상태. 지난 2013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9억6000만원에 낙찰돼 이 경매 사상 한국 현대미술품 최고가 기록을 세운 미술가 홍경택은 “한국 미술시장이 많이 커졌지만, 여전히 젊은 작가들에게는 기회가 없다”며 “세계시장 개척을 위해선 해외 경매에 꾸준히 그림을 들고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 시장 활로를 개척하지 못하는 국내 젊은 작가들이 국내 미술시장에서 중저가 작품으로 승부해야하는 현실은 세계 진출의 벽을 더욱 두텁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강수미(미술평론가) 동덕여대 회화과 교수는 “최근 세계 미술시장에서 ‘단색화’ 등 한국의 추상화가 주목받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젊은 작가들이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활로를 더 넓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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