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로스쿨 포기하고 창업에 도전할 때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약 2년 전 로스쿨을 포기하고 창업하겠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느낌은 두려움이었습니다. 수많은 선택과 그에 따른 위기와 책임, 회사라는 실체를 통해 저의 성과가 낱낱이 드러난다는 것이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창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어쩌면 다시는 이런 두려움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 거라는 또 다른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살면서 한번도 엄청난 책임과 위기를 무릅쓴 적이 없었던 것에 대한 일종의 치기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창업에 대해 처음 부모님께 말씀드렸을 때 '뭔가 사기를 당한 것 아니냐'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친구들은 어리둥절해했고요. 또 "여자가 왜 이런 걸 해요?"라는 질문은, 남자라면 받지 않았을 질문인 것 같아 조금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어떤 일을 하면서 삶을 보내고 싶은가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주위의 시선을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습니다.

요사이 창업이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서 언급되고, 이제는 창업이 그렇게 특이한 일로 여겨지진 않는 것 같습니다. 때때로 주변에서 창업에 대해 물어올 때마다, 제가 회사를 시작한 후 가장 절망했던 날과 가장 행복했던 날이 떠오르곤 합니다.

하루는 서비스 개발 및 사업 전개가 너무나 더딘 나머지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보내겠구나'하고 낙망했던 날이었구요. 다른 하루는 마침내 앱 마켓에 앱을 런칭한 날이었습니다. 그 날 저는 인생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을 느끼며 몇 시간을 보냈는 지 모릅니다. 밤샘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아, 이 맛에 창업을 하는가보다.'라고 생각했고, 더 자주 이런 순간을 살아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습니다.


이런 느낌을 받기 전까지 정말로 오랜 시간 기다리고 인내했었고, 이후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잠깐의 행복과 보람을 느끼기 위해서 다른 많은 창업자분들도 고생스러운 시간들을 버티시는 게 아닌가 싶고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니까요.

처음 회사를 만들었을 땐 어떤 아이디어로 서비스를 만드는 지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2년쯤 지난 지금은 아이디어 보다 시장의 구조, 실행, 타이밍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도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기 어렵고, 분명히 새로운 서비스가 파고들어 자리잡을 수 있는 타이밍도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1,2년이 아닌 10년, 20년 후를 준비하는 명확하고 대담한 계획인 것 같습니다.

창업 이후에, 그 전까지 뻔하게 여겼던 말들을 깨달을 때가 많았습니다. '시간의 소중함', 물리적으로 해낼 수 있는 일들에 시간적 한계가 분명 있다는 게 가장 크게 와 닿았습니다. 또 여러 선택의 순간들을 겪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서, 어쩌면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바로 창업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회사와 서비스에 대해 질문을 받고,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 다시 고민하고, 그걸 증명해 보이기 위해 노력하면서 저 스스로 많이 성장했고 값진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배우기 위해서 창업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고민과 위기에 조금씩 단련되어 가면서 인생의 어느 때보다도 밀도 높은 배움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렵고 두렵지만, 감히 다른 분들에게도 창업을 선뜻 권유하고 싶습니다. 사람은 질문과 모험을 통해 성장하고, 창업은 가장 빨리 성장할 수 있는 모험이니까요. 인생에 한 번쯤은 이런 모험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저는 그런 짜릿한 모험이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