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공유형모기지, 부자 지원·하우스푸어 양산으로 전락"

국토교통부가 대출 조건을 크게 낮추고 고소득 유주택자에게도 1%대의 저금리에 대출을 해주는 새로운 '공유형 모기지'를 출시하기로 한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1~2%대 저금리에 대출을 해줘 무주택 저소득 서민층의 내집마련을 돕겠다던 당초 취지와 달리 고소득층의 투자까지 지원해준다는 지적이다. 방안만 보면 집 한 채를 보유한 수십억원대 자산가도 집을 처분하겠다고 약속하면 9억원 이하·102㎡(전용면적) 이하 주택에 한해 초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가주택은 변동성이 커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인 대한주택보증이 보증토록 해 공적자금이 부자들의 재테크 지원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집값 하락이 걱정되는 상황에서 대출 조건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집을 사도록 하는 것은 하우스푸어 문제를 부추길 소지가 크다"며 "새로운 모기지 상품도 임대인 혹은 집을 살 수 있는 사람 등 집부자만을 위한 정책"이라며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 교수 역시 하우스푸어 양산 위험이 더 높아졌다며 우려했다. 권 교수는 "이번 대책이 주택 구매를 유발시켜서 거래는 늘리고 전세가격은 잡겠다는 목적이 있는 듯 하지만 가계 부채가 확대되고 결국 하우스푸어를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고정금리에 원리금균등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출 조건 완화가 주택기금의 재원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정재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는 "자칫 주택기금의 재정 취약으로 이어져 다양한 주거복지에 쓰일 재원이 모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중은행의 공유형모기지 도입에 대해서도 "'거래활성화 만능주의' 사고를 반영한 것"이라며 "집 살 여력이 없는 서민을 위한 대책이 아닐 뿐더러 집을 사는 수요층의 나이가 젊어질수록 하우스푸어 연령대도 그만큼 낮아질 소지가 크다"고 경고했다.

실효성이 낮을 거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가 커질 수록 소비자들은 수익을 공유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공유형모기지 대출 실적이 저조한 게 이를 증명한다는 것이다.

송인호 KDI 부연구위원은 "공유형모기지가 잘되려면 주택 가격이 하락할 거라는 예상에서 가능한데 현 시장에는 가격 상승 기대감이 있다"며 "그나마 공유형모기지 수요패턴상 좋은 입지에서 주택가격 상승세가 기대되는 곳이 아니라 수요가 별로 없는 곳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