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 파문' 박태환, 병원 상대 민·형사상 소송 가능할까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온 수영선수 박태환씨(26) 측이 문제의 병원을 상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나서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국내 국가대표 운동선수가 도핑테스트를 둘러싸고 법적 공방을 예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씨의 소속사 팀GMP는 지난 26일 사건이 보도되자 박씨를 관리한 A병원장을 상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팀GMP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A병원 원장 등을 업무상과실치상 및 상해죄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사건을 맡은 검찰은 박씨가 지난해 7월 A병원에서 네비도 주사를 맞고 토핑테스트에 걸린 것으로 보고 A병원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병원장에게 형사책임을 묻기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A병원장의 행위가 업무상과실치상 및 상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지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형법상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사람을 사상하게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또 '생리적 기능을 훼손한 경우'도 상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 이 때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법조인들은 박씨가 네비도를 맞고 신체의 외관이나 생리적 기능이 훼손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오히려 근육강화제 성분이 든 약물을 맞고 신체 기능이 좋아졌을지는 몰라도 훼손됐다고 보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며 "업무상과실치상이나 상해로 처벌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병원장 역시 투약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네비도에 금지 약물이 포함돼 있는지는 몰랐다며 고의성을 부인하고 있어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사소송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박씨가 이번 사건으로 국제수영연맹(FINA)의 징계를 받아 선수생활이 위태로워 질 경우 병원 측에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다.

FINA는 도핑테스트로 적발된 선수에게 2~4년의 자격정지 징계를 내릴 수 있다. 이 경우 박씨는 2015년 리우올림픽 출전이 물거품 돼 선수생명이 사실상 끝날 위기에 처한다. 게다가 금지약물 복용 혐의가 확정되면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딴 6개의 메달을 박탈당할 수 있어 개인에게는 큰 타격이다.

이 때 박씨 측은 병원장의 불법행위로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 점과 이미지 훼손으로 인한 정신적·금전적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