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회 폐지하라고?" 지발위 계획에 뿔난 구청장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정부가 특별·광역시의 기초의회를 폐지하고 구청장·군수를 임명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한 후 지자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서울특별시구청장협의회는 28일 공동성명 발표를 통해 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이하 지발위)가 발표한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밝혔다.

지발위는 지난해 12월 8일 특별·광역시의 기초의회 폐지와 지방선거 제도 개선, 지방재정 확충방안 등을 담은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기초자치단체장들과 지자체들은 지방자치를 사실상 후퇴시키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 공동성명을 발표한 노현송 강서구청장은 "풀뿌리 지방자치를 후퇴시키고 중앙집권적 구조로 돌아가는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노 구청장은 "특별·광역시의 자치구의회 폐지는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 제118조에서 명시한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는 규정에 전면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절차상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노 구청장은 "구의회 폐지와 독자적인 과세권한 박탈 등 국민생활에 영향이 큰 중대 사안을 당사자인 지방자치단체와의 적극적인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소통부재는 물론 절차상 하자도 있다"고 말했다.

지발위가 도입키로 한 긴급재정관리제도 역시 반발이 극심하다.

노 구청장은 "중앙정부의 복지정책 확대에 따라 늘어난 비용 때문에 서울시 자치구 평균 재정자립도가 31.5%로 추락한 것"이라며 "이 같은 상황을 외면한 채 긴급재정관리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사실상 자치단체 파산제도"라고 밝혔다.

이어 "긴급재정관리제도 도입 전에 복지비부담완화, 지방재정의 확충방안 등 정부의 지원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특별시에 대해서만 구청장 직선제를 유지하는 것은 타 지자체와의 형평성이 어긋난다"며 "또 과세권한이 상실되면 결국 타 대도시의 자치구·군과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시구청장협의회 명의로 성명을 낸 구청장들은 총 20명이다. 강남·송파·서초 등 새누리당 소속 구청장 5명은 불참했다.

앞서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서울 등 6개 광역시의 자치구·군의회 폐지 △서울을 제외한 광역시 구청장·군수의 임명제 전환 △구청장·군수의 과세권 폐지 등을 뼈대로 한 지방자치발전종합계획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