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엔씨에 사내이사직 요구했었다…엔씨거절→넥슨공시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사진제공=엔씨소프트

넥슨이 엔씨소프트 경영 참여를 공식화하기 전 '사내이사' 직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넥슨은 엔씨소프트가 이를 수용하면 경영 참여를 굳이 공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나 엔씨소프트가 이를 거부했다는 후문이다. 통상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2월에 열리는 엔씨소프트 (173,600원 ▲3,100 +1.82%) 이사회에서 넥슨측의 사내 이사 파견이 주목받게 됐다.

28일 넥슨과 엔씨소프트 관계자들에 따르면 넥슨은 최대주주 자격으로 엔씨소프트에 사내 이사 파견을 추진했다. 종전까지 넥슨은 '단순 투자 목적으로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매입했다'는 입장을 밝혔던 터라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는 단순 투자 목적이었던 넥슨이 사내이사 자리를 요구하자 이를 쉽게 수용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사실상 적법한 절차를 밟으라는 의사를 전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렇게 보면 27일 넥슨의 엔씨소프트 경영권 참여 공식화는 작년 10월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추가 매입 이후 준비된 시나리오에 따라 나온 결과며, 양사 모두 현재 상황을 대비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론적으로나 객관적으로 볼 때 기업결합까지 된 상황에서 최대주주인 넥슨이 엔씨소프트 경영권에 참여하는 것은 이상할 일이 아니다. 넥슨은 작년 10월 추가 지분 매입 전에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

다만, 애초 '동맹 관계'를 맺은 목적이 대형 인수합병(M&A)을 염두에 둔 공조였기에 경영 참여로 목적을 바꾸기 위해서는 '상도의상' 대주주 간 깊은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일이다.


이 때문에 항간에서는 우정을 토대로 비즈니스 밀월 관계를 유지해온 '김정주 회장과 김택진 대표'가 결국 엔씨소프트 경영권을 두고 분쟁을 벌일 가능성을 점친다.

이와 관련 엔씨소프트 윤송이 전 부사장의 사장 승진 건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넥슨 관계자는 "우리가 경영 참여 의사를 엔씨소프트에 전달한 뒤 윤송이 사장 승진 인사가 발표됐기 때문에 선후관계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넥슨의 경영 참여 통보를 받은 엔씨소프트가 다급히 윤송이 사장 승진을 발표했다는 입장이다.

엔씨소프트도 마찬가지다. 윤 사장 승진 건은 인사심의위원회에서 몇 주 전부터 논의해오던 내용이고, 승진인사도 넥슨의 통보를 받기 전 이미 결정됐다는 것.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지난 22일 넥슨에서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언질을 받은 후 이미 잡혀있던 인사발령을 늦출 수 없어 지난 23일 사장 선임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드러난 상황만 보면 윤 사장의 거취가 엔씨소프트의 가족경영 강화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윤송이 사장은 2008년부터 엔씨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CSO)이자 부사장으로서 해외 사업을 진두지휘해왔다. 2012년부터는 엔씨소프트 북미지역 지주회사인 엔씨웨스트 홀딩스 대표로 해외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이번 승진 인사 이후에도 역할 면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아울러 윤송이 사장은 엔씨소프트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그의 사장 승진이 넥슨에 대한 경영권 방어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만일 넥슨이 엔씨소프트에 사내이사를 파견하고 극단적으로 김택진 대표이사를 교체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엔씨소프트가 사전 대비를 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넥슨이 작년 10월 추가 지분을 매입하면서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한 말을 엔씨소프트가 믿지 않았고, 여러 형태로 경영권 방어를 준비해왔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