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복지장관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올해 추진 않는다"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정부가 건강보험료(건보료) 부과체계를 형평성에 맞게 바꾸는 작업을 올해 안에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부담이 늘어나는 고소득 직장인과 피부양자 등을 설득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소득 없는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부담을 줄이고 고소득 직장인과 피부양자의 건보료 부담을 늘려 형평성을 맞춘다던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는 무기한 연기됐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28일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4층 기자실을 찾아 "올해 안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장관은 "(개편안 시행 시)추가 부담이 늘어나거나 피부양자가 (직장가입자로부터) 떨어져 부담하게 되면 불만이 생길 수 있다"며 "기획단이 2011년 자료로 시뮬레이션 했지만 정책으로 결정지으려면 폭넓은 조사와 시뮬레이션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결과를 토대로 사회적 공감대와 지지도 얻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아직 충분히 준비돼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고심 끝에 결정해 (연기를) 지시했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과제로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내걸고 지난 2013년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을 발족했다.

개선안의 기본 골자는 소득과 직장이 없는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부담을 줄이고 소득이 많은 직장인과 피부양자의 건보료 부담을 늘린다는 것이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은 수차례 회의 끝에 오는 29일 마지막 회의를 열고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복지부는 기획단 보고서를 토대로 오는 4~5월 중 개선안을 발표, 내년부터 새로운 부과체계를 도입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문 장관의 발언에 따라 복지부의 이 같은 계획은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연말정산 후폭풍 등의 이유로 소득 많은 직장인들의 눈치를 보느라 소득 없는 지역가입자의 고통을 외면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문 장관은 "자동차나 재산에 건보료가 과다하게 부과돼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불만이 큰 상황"이라며 "이런 부분은 올해 안에 별도의 개선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지역가입자 감면 정책만 시행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에 그는 "현재 건강보험 재정에 감당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검토할 것"이라며 "올해 이후 부과체계 개선안 발표 일정은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