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임금체계 배우러 독일 이어 일본간다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함께 다음달 1일 일본으로 향한다. 일본의 임금체계를 함께 배우고 이를 현대차에 적용하기 위해서다. 이미 노사는 이달 초 임금체계 연구를 위해 독일을 다녀왔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252,500원 ▲3,000 +1.20%) 노동조합 간부와 회사 측 대표, 자문위원으로 구성된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이하 임금체계 개선위)는 다음달 1~5일 일본 자동차 업체와 노무 관련 단체 등을 방문할 계획이다.

임금체계 개선위는 지난 6~14일 독일과 프랑스 등을 돌며 폭스바겐, 벤츠 등 경쟁업체와 베르너 슈미트 독일 튀빙겐대 교수 등을 만나며 유럽의 임금체계를 배웠다. 이들은 유럽과 일본의 임금체계 연구 등을 바탕으로 오는 3월 31일까지 현대차의 임금체계를 개편안을 만들 계획이다.

일본 기업들은 ‘회사에 얼마나 근무를 했는가’(연공급제)를 따지기 보다는 ‘어떠한 역할을 수행했는가’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역할급’ 체계를 갖고 있다. 예컨데 사원, 대리, 과장, 부장 등과 같은 역할 수행에 따라 임금이 책정된다.

기존 연공급과 다른 점은 승급하지 못할 경우 근속 연수가 늘어도 임금이 상승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령 등의 이유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낮은 역할로 내려갈 수도 있다. 이 경우 임금은 함께 하락한다.

과거 일본의 임금체계는 한국과 같은 연공급 체계였다. 하지만 1990년대 경기침체와 함께 인구고령화가 맞물리면서 근로자들의 고연령, 고임금화가 인건비 부담으로 연결됐다. 이에 연공적 속성을 완화하고, 성과와 조직 내 역할을 반영한 역할급을 채택했다.

최근에는 여기에서 연공적 속성을 더 제거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다. 토요타는 이달 노조에 능력위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은 제시했다. 토요타는 정기 승급에 따른 임금 인상을 축소하고, 성과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신 저출산으로 인력확보가 힘들어진 청년층 근로자의 임금을 올리고, 자녀가 있는 근로자들은 더 지원할 계획이다. 젊은 근로자를 확보하지 않으면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토요타 생산직의 평균 연령은 40세로 20%가 50대 이상이다.

이는 현대차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대차의 생산직 평균 연령은 46세에 달한다. 근로자의 노령화와 함께 고임금 체계가 굳어진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사는 지난 임협에서 고용안정,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합의했다"며 "노사가 함께 해외 선진임금제도 벤치마킹에 나서는 등 선진 임금체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 노조는 임금체계 개선과 별도로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의 통상임금 선고에 대해서는 오는 29일 항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회사 측도 항소를 결정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