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상승률 1위 세종시의 '아찔한 땅 거래'

세종시 장군면 원룸촌. 이 주변 땅값은 3.3㎡당 비싼 곳은 350만원을 호가한다. /사진=김지산 기자

“고속도로 뚫린다고 해서 샀더니 도로는커녕 빈집만 늘어가네요.”


세종시 장군면 대교리에 땅을 샀다는 한 투자자의 푸념이다. 이 투자자는 지난해 4억여원을 주고 700㎡ 규모의 땅을 매입했다. 3.3㎡당 거래가는 약 189만원 선. 그는 제2경부고속도로가 지나는 위치라며 땅값이 크게 오를 것이란 얘길 듣고 땅을 샀다고 했다.

하지만 투자한 지 반년이 채 지나지 않아 후회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고속도로 설계비 예산 50억여원을 잡았지만, 최종 예산안에는 제외됐고 대교리 주변에는 원룸들만 무더기로 건설되자 ‘아차’ 싶었다고 했다.

세종시내 값비싼 땅 거래가 이어지면서 땅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28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국 지가변동률 조사 결과, 세종시 땅값은 1년새 4.53% 올라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토부는 행정도시 건설이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배경은 복합적이란 평가다.

제2경부고속도로 개발 호재와 함께 가족을 서울에 남겨둔 채 혼자 세종을 전전하는 ‘나홀로’ 공무원들까지 임대수요는 다양하다. 거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땅을 모두 수용해 개발하는 행복도시 외곽 위주로 일어난다. LH의 손길이 닿지 않다보니 옛 연기군 모습을 거의 그대로 유지된, 말 그대로 시골이다.


대교리 내에서도 비싼 곳은 3.3㎡당 350만원을 호가한다. 제2경부고속도로가 뚫린다고 알려졌던 곳이다. 장군면 평기리 같은 곳은 170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제2경부고속도로 ‘세종IC’ 예정지로부터 5분 거리라고 홍보되고 있다. 정부는 제2경부고속도로의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데다, 세종IC 위치도 정하지 않았다.

땅 거래를 알선하는 S중개업소는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해 이 지역 땅값이 3.3㎡당 400만~450만원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세종시내 여러 도로 여건을 고려할 때 고속도로가 건설될 곳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며 “도로가 뚫리면 그 정도는 오를 것으로 생각해 올린 글”이라고 말했다.

행복도시 남쪽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인접한 금남면 대평리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로 묶여 있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가격이 뛰었다. 도로와 인접한 곳은 3.3㎡당 호가가 200만원이 넘고 농림지역도 40만~50만원에 달한다.

남쪽 KDI와 함께 카이스트, 고려대 등 대학이 들어서고 세종시청 이전까지 예정된 때문이란 게 현지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중개업계는 세종시 상주자들의 소비시장이 대평리까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도 내비쳤다. 대평리는 그린벨트로 묶인 탓에 원룸주택도 흔치 않다.

세종시내 토지거래만 취급한다는 H개발 관계자는 “지난해 한 해 장군면과 대평리 일대 땅값이 6~7% 이상 뛴 것 같다”며 “연초에 가격이 많이 오르고 연말로 갈수록 오르지 않아 지금은 움직임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 장군면 주변 부동산 매매 홍보 현수막. /사진=김지산 기자

여전히 땅 거래를 부추기는 업자들이 넘쳐나지만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행복도시 건설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으며 제2경부고속도로 건설은 다음 정권에서나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가격이 오르지 않는 것은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며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했다.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행복청이 아파트 공급 속도 조절에 들어가 인구유입 속도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현 정부에서 제2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의지가 없을 뿐더러 노선이 변경될 소지가 있어 땅 투자를 권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가 이날 발표한 전국 지가변동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해 수도권과 지방이 각각 1.91%, 2.06% 오르는 등 전국 평균 1.96% 상승했다. 서울(2.66%)은 2013년 9월 이후 16개월째 오름세를 이어간 가운데 경기(1.24%)와 인천(1.35%)도 모두 올랐다.

제주(3.73%) 대구(3.15%) 경북(2.42%) 부산(2.28%) 경남(1.97%) 등의 오름폭이 두드러졌다. 연간 전체 토지거래량은 총 264만필지로 2013년에 비해 17.9% 늘었다. 지난해 거래량 증가폭은 2006년 이후 최대치다. 세종시(57.6%) 증가폭이 가장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