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부·실장 절반 교체..조사국장에 장민 박사 (종합)

장민 조사국장 내정자

한국은행이 주요 국장을 포함 국·부·실장급 70명 중 절반에 가까운 33명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조사국장 자리엔 사상 처음으로 외부인사인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장(사진)이 영입됐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상반기 정기인사 결과에 따르면 1급, 2급 인사가 각각 38명, 55명 자리를 바꾸고 국제국, 경제통계국장 등 주요국장 등 국부실장 자리가 33석 교체됐다. 승진인원은 1급 6명, 2급28명을 포함 총 4급까지 112명이다.


이날 인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한은 핵심보직인 조사국장에 외부 인사가 처음으로 임명됐다는 점이다. 장민 조사국장 내정자는 서울대 경제학과 84학번으로 지난 1990년 한은에 입행한 후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퇴사 해 2009년 금융연구원에 입사했다. 장 내정자는 2년 계약 뒤 1년간 계약연장이 가능한 형태로 한은으로 돌아오게 된다.

현 조사국장인 신운 국장이 김중수 전 총재 시절 파격적으로 이른 승진을 한 뒤 역대 두번째로 긴 3년간 조사국장을 맡은 후 후임자가 마땅치 않았던 상황에서, 한은 인사라인이 외부영입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장 내정자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03년 조사국장이던 시절 조사국 과장·차장으로 손발을 맞춘 인연이 있다.

이날 인사에선 이외 주요 국장 자리도 대거 교체됐다. 김민호 국장이 부총재보에 임명되며 공석이 된 국제국장 자리엔 홍승제 국제협력실장이 내정됐고, 정영택 경제통계국 국장이 런던 사무소로 파견되며 그 후임엔 전승철 금융통화위원회실장이 내정됐다.


또 차현진 커뮤니케이션국장이 인재개발원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이 자리엔 장택규 강남본부장이 오게 됐다. 아울러 이중식 인재개발원장은 뉴욕사무소(워싱턴주재)로, 장광수 대전충남본부장은 동경사무소로, 김대형 강남본부 총무팀장은 1급으로 승진 후 북경사무소장으로 이동한다.

새로운 보임은 다음달 2일부터 적용되며, 김민호 부총재보가 겸직하고 있던 국제국장은 29일부터, 장민 실장은 3월부터 조사국장 직무를 수행한다.

지난해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주요 국실장들이 대거 교체됐음에도 불구하고 부총재보 승진 인사와 맞물리며 이번 정기인사에서도 주요 국실장들이 큰 폭으로 자리를 변경했다. 윤면식 통화정책국장, 허진호 금융시장국장(전 금융시장부장), 이홍철 기획협력국장, 조정환 금융안정국장 등은 유임됐다.

한은은 "2016년 이후 정년연장 등을 고려해 이동인사를 실시했다"며 "승진의 경우 조사연구와 통화정책 분야에서 뚜렷한 업무성과를 거둔 직원을 발탁하고 기획, 전산 등에선 업무를 충실히 해온 직원을 골고루 승진시켜 조직 역동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직원간 화합을 도모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정년연장이 적용되는 58년생, 그 중에서도 상반기 출생부터는 승진에서 제외키기로 내부방침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장민 실장 내정이 '인물난'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제외하면 이주열 총재가 지난해 취임 후 밝혔던 인사 원칙과도 맞닿아있는 인사라는 평가다.

한 한은 관계자는 "고속승진이나 발탁인사가 많았던 전 총재 때처럼 주관적인 평가로 인해 오랜기간 쌓아온 경력이 무시되는 일이 인사에서 발생하는 걸 지양하겠다는 게 현 총재의 인사방침"이라며 "예년과 다르게 인사 전 분위기가 잠잠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부총재였을 당시 퇴임사에서 "글로벌과 개혁의 흐름에 오랜 기간 힘들여 쌓아 온 과거의 평판이 외면되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60년에 걸쳐 형성돼 온 고유의 가치와 규범이 하루아침에 부정되면서 혼돈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