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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M&A 잘되기 쉽지 않네
초기 온라인 게임업계는 한정된 게임이용자를 두고 치열한 점유율 싸움을 해 왔다. 그런 점에서 인수합병을 통한 경쟁사를 줄이고 분산된 개발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는 지속적으로 있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를 논외로 하더라도 게임업계에서는 시장을 뒤흔들 대형 M&A가 산업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지난 2005년 8월에는 일본의 온라인 게임사 겅호온라인이 당시 인기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를 개발한 그라비티를 4000억원에 이르는 금액으로 인수했다. 당시 그라비티는 나스닥 상장사였으며, 겅호온라인은 소프트뱅크의 자회사라는 점에서 한국과 일본, 미국 시장 모두에 큰 충격을 주는 사건이었다.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의 국내 매출이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악화돼가는 상황이었고, 겅호온라인은 매출의 80% 정도를 라그나로크에서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양사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합이었다. 하지만 합병 이후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 2 등 후속작의 실패로 온라인 게임시장에서는 잊힌 존재로 평가받고 있다. 그라비티의 주가는 1달러 미만으로 나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 대상에 해당한다.
2008년에는 리듬액션 게임 오디션의 개발사 티쓰리엔터테인먼트가 한빛소프트를 인수하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한빛소프트는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워크래프트 등 블라자드의 인기 패키지 게임을 판매하며 성장해 온라인게임회사로 변신한 기업으로 개발보다는 우수한 작품을 골라 이를 공급하는 퍼블리셔에 가까운 기업이었다. 반면 티쓰리엔터테인먼트는 당시 오디션이 큰 인기를 끌자, 퍼블리셔인 예당온라인(현 YD온라인)과 갈등을 빚었다. 자신들에게 퍼블리싱 역량이 부족하다 보니 퍼블리셔 인수를 추진했던 것. 한빛소프트는 퍼블리싱을 하다 자체 온라인 게임 개발을 추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자금압박을 받아온 상황이라 티쓰리엔터테인먼트와 결합은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조합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티쓰리엔터테인먼트는 오디션 이후 이렇다 할 인기작 개발에 실패하며 티쓰리의 게임을 퍼블리싱하던 한빛소프트의 경영도 악화됐다.
◇M&A 이후 성장한 회사 어디가 있을까?
게임업계의 M&A가 피인수 기업의 내리막길로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회사를 매각하고 나서 모회사와 시너지를 내고 승승장구 하는 게임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모바일 게임기업 게임빌과 컴투스의 결합. 피쳐폰 시절에는 컴투스에 밀려 2위에 머물던 게임빌은 발빠르게 스마트폰 시장에 적응하며 덩치를 키워갔다. 박지영 전 컴투스 대표와 이영일 전 컴투스 부사장 등의 지분 21.4%를 700억원에 인수한 게임빌은 이후 컴투스와 함께 동반성장하며 양사는 합병 전과 비교해 기업가치를 3000억원 이상 끌어올렸다. 두 회사가 각기 개발을 하면서 공동 플랫폼 '하이브'를 통해 퍼블리싱 비용은 낮추고 글로벌 공략에 보조를 맞춘 것이 주효했다.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나지 않고 있지만 온라인게임 개발기업 스마일게이트가 모바일 게임 개발 기업 선데이토즈를 1200억원을 들여 인수한 것도 긍정적인 결합으로 평가받는다. 크로스파이어로 중국에서 수조원을 벌어들인 스마일게이트에게는 모바일이라는 약점을 선데이토즈가 보강해주고, 선데이토즈는 스마일게이트를 앞세워 중국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장 이후 지지부진하던 선데이토즈의 주가는 애니팡 2의 출시와 함께 성장 모멘텀을 보여주고, 지난해 3월 스마일게이트의 인수 이후 중국 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상장 직후 35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1만8000원대로 수직 상승했다.
◇EA는 'Eat All' 글로벌 게임업계도 M&A 활발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함께 인수를 시도했던 EA는 게임업계 폭식의 대명사다. EA가 일렉트로닉 아츠가 아닌 'Eat All'(모든 것을 먹어치운다)의 약자라고 불릴 정도다. 농구게임 NBA 시리즈와 축구게임 FIFA 시리즈, 야구게임 MVP 베이스볼 시리즈 등 스포츠 게임 외에도 울티마, 매달 오브 아너, 심시티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EA의 게임 타이틀은 EA가 인수한 스튜디오에서 나온 것들이다. EA가 인수한 개발사 중 심시티 시리즈를 만는 맥시즈는 여전히 독립 스튜디오로 심 시리즈를 내놓고 있지만,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커맨드 앤 컨커'의 개발사 웨스트우드는 EA LA스튜디오에 흡수됐고, 원조 꼫 울티마의 개발사 오리진도 폐쇄했다. 개발사의 독자적인 개성도 실적이 받쳐주지 않으면 가차 없이 정리해버리는 EA의 행보에 미국 게이머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고 있다.
EA가 초대형 게임사가 독립 스튜디오를 인수하는 행보를 보였다면 액티비전 블라자드의 결합은 조금 더 복잡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프랑스의 미디어 그룹 비방디 유니버셜의 자회사인 블라자드는 액티비전을 인수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출범시킨다. 블라자드는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등으로 PC 패키지와 온라인 게임에서 골수 팬을 확보한 게임사였고, 액티비전 역시 콜 오브 듀티 시리즈 등으로 완성도 높은 게임을 개발하던 탄탄한 개발사. 블라자드와 액티비전의 결합은 EA가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게임 업계에 대항마의 탄생을 알렸고 게이머들도 열광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기업의 합병 이후에도 독자적인 스튜디오를 유지하며 독자 타이틀 개발을 하며 '한 지붕 두 가족 생활'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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