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에 금호고속까지…박삼구 회장의 선택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권의 중심에 있는 금호산업의 매각공고를 앞두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오너십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금호산업 (4,220원 ▲25 +0.60%) 인수를 위한 박 회장의 자금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금호고속을 두고 사모펀드와의 갈등까지 빚어지면서다.

29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보유 중인 금호산업 지분 57.4%에 대한 매각공고를 30일 낸다. 채권단은 이르면 올 상반기에 금호산업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무조건 인수한다"는 입장이다. 금호산업을 다른 곳에 넘겨줄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체 경영권이 넘어가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1%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금호터미널, 에어부산, 금호사옥, 금호리조트도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다. 금호터미널은 금호고속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도 쥐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채권단 보유 지분 중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다. 박 회장은 아들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등과 함께 금호산업 지분 10.15%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로 지분 40%를 인수하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자금이다. 박 회장은 본입찰이 끝나고 가격이 결정된 뒤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입찰 과정에서 인수가격이 급등할 경우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되찾기 어려울 수 있다. 채권단 보유지분은 시가로 4700억원 선이지만 경쟁이 과열되면 인수금액이 1조원이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최근 금호산업 지분을 늘린 호반건설이 '키맨'으로 거론된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11월 금호산업 지분 6.16%를 매수했다가 지난 23일 지분 1.21%를 처분하면서 공시 의무를 벗고 시장의 눈 밖으로 벗어난 상태다. 그동안 단순투자 목적의 지분 매입이라고 밝혔지만 김삼열 회장이 항공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호반건설은 현금자산만 3000억원이 넘는 데다 2010년부터 무차입경영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금호산업을 인수할 의향만 있다면 예상을 뛰어넘는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의 신경전도 박삼구 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우려가 적잖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이 보유 중인 아시아나항공 주식의 매각을 두고 박찬구 회장과 법원 다툼을 벌이면서 갈등을 빚었다. 법원은 지난 15일 박찬구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박찬구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전 불참의사를 밝혔지만 시장에선 아시아나항공을 원하는 대기업이 금호산업 인수전에 나선다면 이를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을 원하는 기업에 아시아나항공 지분 12.6%를 넘기고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금호산업 인수전을 지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산적한 난제에 비해 박찬구 회장의 자금력은 크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을 1500억 수준으로 추정한다. 박 회장은 2011년 금호석유화학 지분 5.3%를 매각해 3300억원가량을 확보했지만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투입해 여력이 없는 상태다. 박 회장과 아들인 박 부사장이 보유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5.22%) 지분도 전량 담보로 설정돼 추가 대출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워크아웃을 졸업한 주력 계열사의 채권단 지분을 줄줄이 인수해야 하는 점도 박 회장의 자금사정을 압박하고 있다. 금호고속 지분 100%를 보유한 'KoFC IBKS 케이스톤 PEF'(이하 IBK펀드)'는 오는 3월2일까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금호고속 인수 여부를 결론지어 달라고 이날 요구했다.

인수를 결정할 경우 금호고속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금호터미널이 오는 6월에는 인수대금을 완납해야 한다.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을 한꺼번에 인수해야 할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수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무적투자자(FI)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업계 평판이 부정적이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2009년 대우건설 풋백옵션 미상환 사태로 신뢰를 잃은 데다 IBK펀드와도 갈등을 빚으면서 눈 밖에 났다는 말이 나온다.

남은 것은 대기업 그룹과의 연합 가능성이다. 항공업 진출로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유통업체 빅3(롯데·신세계·CJ)가 박 회장과 손잡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돈기업인 대상그룹도 거론된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인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이 박삼구 회장의 여동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