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韓증시 방어력 강해진 이유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코스피가 달라졌다. 지난해 4분기 연이은 대외악재로 몸살을 앓았던 코스피가 최근 글로벌 증시 동반하락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방어력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견조한 흐름을 보인 데 대해 △한국증시의 가격매력 부각 △실적에 대한 부정적 시각의 완화 등 이유를 꼽는다.

29일 오전 10시30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0.3% 내린 1955.61을 기록 중이다. 전일 1961.58로 마감하며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최고수준을 기록한 코스피는 개장 직후인 오전 9시13분경에는 1946.20(-0.78%)까지 밀리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내 코스피는 낙폭을 상당 부분 좁히며 재차 1950대 중반으로 올라섰다. 현재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69억원, 434억원씩 순매도하는 등 수급상황이 양호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코스피는 1956.53(-0.26%)까지 오르기도 했다.

업종별 지수흐름에서도 분위기가 달라진 점에 보인다. 장 초반만 해도 코스피 17개 업종지수 중 강세인 업종은 의료정밀 업종 1개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운수창고, 건설, 유통, 운수장비, 전기가스, 비금속광물, 전기전자, 섬유의복 등 9개 업종지수가 강세 내지 강보합세를 기록 중이다.

한국거래소(KRX) 섹터지수에서도 마찬가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장 초반만 해도 자동차, 레저엔터 등 2개 지수만 상승했지만 현재는 운송(물류), 소비자유통, 건설 등을 더해 5개 섹터지수가 강세다. 조선, 증권 등 섹터지수는 장 초반 2% 이상 낙폭을 보였지만 현재 낙폭은 1%대로 줄었다.

전일 개최된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성명에서 언급된 미국경제에 대한 전망이 종전보다 더 낙관적으로 평가되며 미국 기준금리 인상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됐다. WTI(미국텍사스유) 등 국제유가 가격이 재차 급락하며 글로벌 디플레이션 우려를 자극,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것도 이날 초반 약세의 원인이다.

이같은 요인들이 부각되며 전일 글로벌 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미국 다우지수가 1.13% 내린 것을 비롯해 S&P500, 나스닥 등 지수가 1% 안팎의 낙폭을 보였다. 유럽에서는 독일, 영국지수가 1% 미만의 상승률을 기록했으나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스위스 등 증시가 동반하락 마감했다.

코스피의 견조한 방어력은 전일에도 나타났다. 미국 주요기업들이 지난해 4분기 가파른 달러화강세 영향으로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한 데다 미국 내구재주문, 제조업PMI지수(구매관리자지수) 등 거시지표가 부진하다는 이유로 미국 및 유럽증시가 동반급락했지만 지난 28일 코스피는 강세로 마감한 바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코스피가 탄탄한 하방경직성을 보유하게 된 데 대해 "미국기업과 거시지표 부진은 달러강세가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며 "국제유가가 다시 신저가를 뚫고 내려갔지만 지난해 11~12월처럼 한국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지난해 선진국과 주요 신흥국이 동반상승한 가운데서도 한국증시가 소외된 흐름이 나타났지만 지금은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며 "현재 한국증시가 주요국에 비해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것은 펀더멘털이 강해졌다기보다는 싸다는 매력이 부각된 데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현재 스토리만으로 향후 코스피가 2000을 돌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도 "가격메리트 부각으로 하방경직성이 강해지는 측면이 확인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상장사의 실적에 대한 실망감이 완화된 영향을 꼽는 이도 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날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가 이달 초순 예상치에 부합하는 5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놓은 데다 주당 1만9500원(시가배당률 1.45%, 보통주기준)씩 현금배당 계획을 발표한 후 주가가 135만원대에서 139만원대로 반등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팀장은 "삼성전자를 계기로 국내 상장사의 실적모멘텀이 그간 우려해왔던 것만큼 나쁘지는 않다는 인식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며 "실적모멘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의 완화는 투자심리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