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실적부진불구 돋보인 '뒷심'… 더 강해졌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06조2100억원, 영업이익 25조300억원을 기록하며, 2년 전인 2012년 실적 수준으로 회귀했다.


매출은 직전해보다 9.8%, 영업이익은 32%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일 5650억원어치를 전세계를 대상으로 팔아 하루 686억원씩의 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2013년보다 매일 616억원어치를 덜 팔았고, 하루 이익도 322억원 줄었다.

지난해 순이익은 23조39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조800억원(-23.2%) 감소했다.

수익성 지표도 악화됐다. 기업의 이익창출능력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2%에서 15%로 하락했고, 현금창출능력을 보여주는 EBITA 마진도 23%에서 20%로 떨어졌다.

4분기에는 매출 52조7300억원, 영업이익 5조2900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11.1% 늘었지만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11.0%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지난 3분기보다 30.3% 늘었지만 전년 동기대비 36.3% 줄었다.


이는 지난 8일 발표한 가이던스인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5조2000억원보다 매출은 7300억원, 영업이익은 900억원 늘어난 것이다.

비록 연간 실적은 역성장했지만 삼성전자는 지난 4분기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전분기 4조원대로 추락했던 분기 영업이익을 다시 5조원대로 끌어올렸다. 비용의 효율적 집행과 견실한 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에 중점을 둔 결과다.

지난 4분기 중 환율 변동, 유가 급락 등 경영 환경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삼성전자의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는 빛을 발했다. 특히 이머징 국가의 통화약세로 세트 사업이 부정적 영향을 받았지만, 부품 사업이 달러화 강세 수혜 효과를 누리면서 전사적으로 환율변동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았다.

재무지표 등도 탄탄한 모습을 유지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전년 대비 9.5% 감소했다. 유동비율(기업의 지급 능력)은 216%에서 221%로 늘었고 부채비율은 43%에서 37%로 떨어졌다. 순현금은 43조3400억원에서 50조5500억원으로 7조원 가량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판매관리비를 1조3100억원(2.4%) 줄인 반면, 연구개발비(14조3900억원)는 전년 대비 오히려 700억원 늘렸다.

◇'효자' 반도체, 삼성전자 '버팀목'

지난해 반도체 부문은 삼성전자 실적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 냈다. 반도체 부문의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6.1%, 27.4% 증가한 39조7300억원과 8조78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사업부문 중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한 곳은 반도체 부문이 유일하다.

반도체 부문은 삼성전자 지난해 총 영업이익의 35.1%를 벌어들였다. 특히 지난 3분기와 4분기 반도체 부문이 전사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5.7%, 51.0%로 절반 이상이었다.

무엇보다 메모리 사업부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메모리 사업부 매출은 전년 대비 23.7% 증가했고, 4분기에도 전년 동기대비 25.5% 늘었다. 이는 삼성전자가 10나노급 공정 전환과 함께 신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했고, SSD사업도 고성장을 지속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시스템LSI사업도 20나노 모바일AP 공급 증가와 LSI제품 판매가 늘면서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3.8%, 77.9% 줄었다. 그러나 연말 성수기를 맞아 TV패널에 대한 수요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UHD, 커브드, 60형 이상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면서 지난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9.1%, 327.3% 증가했다. OLED 부문도 신규 프리미엄 패널 판매 증가로 실적이 개선됐다.

반면 2013년 전체 영업이익의 67.8%를 차지했던 '캐시 카우' 무선사업부를 포함한 IT·모바일 부문(IM)은 올해 58.2%로 비중이 줄었다. 지난해 IM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9.5%, 41.7% 감소한 111조7600억원과 14조5600억원이었다.

4분기 IM부문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각각 7.0%, 12.0% 증가해 실적이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갤럭시 노트4의 글로벌 확산 등으로 하이엔드 제품 판매가 확대되면서 평균판매가격(ASP)이 상승했고, 유통재고가 안정적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마케팅 비용을 효율적으로 집행한 결과다.

소비자가전(CE) 부문도 지난해 험난한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CE부문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0.3%, 29.3% 줄었다. 그러나 평판TV 시장의 연말 성수기 효과 및 프리미엄 제품 판매에 힘입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기 대비 각각 23.0%, 260.0% 늘어나는 등 막판 선전했다. 생활가전 사업은 북미 시장 중심으로 냉장고와 세탁기 판매가 늘면서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2015년 '수익성'에 초점

삼성전자는 올해 유로존 경기둔화, 신흥국 금융 리스트 등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올해 각 사업부문별로 수익성 확보에 초점을 맞춘 경영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메모리 부문의 경우, 올해 메모리 시장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D램의 20나노 공정 전환을 통해 원가 절감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서버와 모바일향 고용량 신제품 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낸드는 V낸드 제품 공급을 확대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스템LSI는 14나노 핀펫(FinFET) 제품의 안정적 공급과 파운드리 거래선 다변화, 모바일 AP제품 경쟁력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또 스마트폰, OLED패널 사업은 원가 경쟁력과 제품 차별화를 바탕으로 실적 회복에 주력하고, 개방형 플랫폼인 타이젠 OS를 탑재한 스마트TV를 통해 스마트홈과 IoT(사물인터넷) 시대에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생활가전 사업은 신제품 출시와 소비자 접점의 마케팅 강화를 통해 매출 및 수익성 확대를 모색한다.

한편 지난해 시설투자는 반도체 14조3000억원, 디스플레이 4조원 등 총 23조4000억원 규모로, 당초 계획과 큰 차이 없이 집행됐다. 이명진 삼성전자 IR팀장(전무)은 이날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시설투자는 업황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며 전년 대비 투자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배당 확대 "주주가치 제고"

삼성전자는 이날 전년 대비 40% 가량 늘어난 배당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1만9500원, 우선주 1주당 1만9550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배당 총액은 2조9245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 (77,200원 ▼2,400 -3.02%)의 2013년 결산 배당금액은 보통주 1주 당 1만3800원, 우선주 1주당 1만3850원으로 배당금 총액이 2조816억여원이었다. 주당 40% 가량 배당 수준을 끌어올린 셈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주주 중시 정책 및 국내 경기 활성화를 위해 특별배당금 성격으로 전년대비 배당 증대(30 ~ 50%)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이 전무는 "지난해 중간배당(500원) 포함 보통주 1주당 2만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며 "주주가치 제고 및 침체된 국내경기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배당 기조 유지 여부에 대해서는 “시장여건과 현금흐름 등을 감안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